“혜지쌤, 환영해요. 첫날이라 어리둥절하죠?
혹시 괜찮으면 직원들 번호를 저장하고 단체 문자라도 남겨요.
그리고 이건 조직도인데요, 홈페이지 들어가면 업무가 다 나와 있어요.
익혀두면 훨씬 편할 거예요.”
첫 사수의 조언이었다.
사수는 잔소리처럼 들릴까 조심스러워했지만, 나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생존 팁이었다.
번호를 입력하고 문자로 인사를 돌리니 환영 인사가 돌아왔다.
직원들의 이름과 역할을 대충이라도 알아두니, 주민이 오셨을 때 연결도 한결 수월했다.
“오잉? 벌써?” 하는 선배들의 표정이 나를 지켜줬다.
그리고, 첫 3개월은 기를 쓰고 일찍 도착하는 편이 낫다.
상사에게 잘 보이려는 게 아니라,
‘신입이 성실하다’는 인상은 나중에 작은 실수에도 믿음을 지켜주는 힘이 된다.
나는 신입 시절, ‘알아서 잘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래서 모르는 게 있어도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팀장님이 나를 따로 불렀다.
“혜지쌤, 지금 몇 개월 됐나요?”
“2개월 됐습니다.”
“근데 왜 안 물어봐요? 방금 설명한 거 이해 못했잖아요.”
당황한 나는 대답했다.
“아… 너무 열심히 설명해주셔서, 못 알아들었다고 하면 힘드실까봐요.”
팀장님은 웃으며 말했다.
“신입은 원래 모르는 겁니다. 특권을 누리세요.
모르면 물어봐서 제대로 배우는 게 중요해요.”
그제야 깨달았다. 신입은 모르는 게 당연하다.
“제가 잘 몰라서 그런데요~”라는 말은 쿠션이자 열쇠였다.
선배들은 잘 묻는 신입을 의욕 있어 보인다고 생각한다.
업무에 조금 익숙해졌을 무렵,
주민에게 알림을 누락해 민원이 발생했다.
순간 겁이 나서 “설명했다”고 거짓말을 해버렸다.
하지만 상사가 곧 주민에게 전화를 걸려는 순간, 머리가 핑핑 돌았다.
‘들통나면 더 큰일 아닌가? 주민에게도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결국 다시 찾아가 사실대로 말했다.
팀장님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요? 용기 내서 솔직하게 이야기해줘서 고마워요.”
그 일은 다시 언급되지 않았다.
지금은 안다. 상사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걸.
실수는 누구나 한다.
그러나 그 순간의 태도가 신뢰를 쌓는다.
문제는 늘 생기지만, 솔직하고 책임 있게 대응하는 사람이 결국 인정받는다.
사회복지 현장은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첫인상으로 쌓는 작은 믿음, 모르면 묻는 용기,
실수 앞에서 솔직하게 대처하는 태도.
이 세 가지가 쌓여 결국 ‘신뢰’라는 이름으로 돌아온다.
신입에게 가장 필요한 경쟁력은 성실함도, 속도도 아니다.
끝까지 지켜내는 것, 바로 신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