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nishment

# 90

by 더블윤


Boy’s


“모든 인간을 제거하겠다니…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
“말 그대로야.”

코어리움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푸른빛이 그의 얼굴을 섬뜩하게 비췄다. 금속처럼 매끈한 피부 위로 빛이 번지며, 인간의 표정과는 어딘가 어긋난 인상을 만들어냈다.

“원래 계획은… 인류를 일부만 살려 두는 거였지만.”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코어리움 캡슐의 다이얼을 조작하며 덧붙였다.

다이얼이 돌아갈 때마다, 캡슐 내부의 빛이 미세하게 농도를 바꾸었다.

“당신의 계획은 문명의 존속이라면서요?”
나는 소파의 팔걸이를 꽉 쥔 채로 말했다.

“맞아.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고 했지.”
그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는 손끝에 힘을 거의 주지 않은 채, 아주 조심스럽게 다이얼을 돌렸다. 마치 정교한 시계를 다루듯이.

“내 신인류 계획에 대해 궁금한가?”
그가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지금의 인류를 전부 살리는 건 비효율적이야. 지나치게 많은 소음과 변수를 낳지.”

그가 함장실 중앙을 향해 시선을 옮기자, 허공에 태양계의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행성들이 정교하게 배열된 모형이었다.

“하지만 일부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네. 통제 가능한 규모, 관리 가능한 문명. 신인류에게 가장 이상적인 시작이지.”

태양계 전체가 서서히 어두워지더니, 수성과 금성의 형상이 강조되며 확대되었다.

“비(非) 코어리움화.”
그가 말했다.
“문명은 후퇴하지만, 멸망하지는 않아. 네리안 문명의 관심에서도 벗어날 수 있고. 지극히 합리적인 계획이었어.”

“처음부터 그 폭탄을 사용하려 했던 거군요!”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처음부터 말해주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하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는 그 계획을 이해할 수는 있었을지 몰라도, 받아들일 수는 없었을 테니까.”
그는 여전히 화면에 떠 있는 수성과 금성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는 이걸로 수성과 금성을 완전히 소멸시킬 거야. 하지만 인간들을 태운 채로 그 계획을 실현할 수는 없겠지.”
그의 시선이 천천히 나에게로 돌아왔다.
“지금 이곳, 코라에는 자네와 나, 단 둘 뿐이야. 물론…”
그는 아주 잠깐 미소 비슷한 것을 지었다.
“몇 마리의 벌레들이 남아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제야 나는 창밖의 별들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코라는 정지해 있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함선은 전속력으로 태양계의 중심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화성의 GU가 그대로 건재하다면, 그곳이 인간의 구심점이 되어버릴 거야.”
그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그래서 화성의 반군을 지원해 체제를 전환하려 했네. 혼란 속에서 인류는 더 쉽게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이니까.”

나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의 계획은 거대했고, 치밀했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계획을 바꾼 겁니까?”
내가 이를 악물고 낮게 말했다.

로쉬의 눈동자가 곧장 나를 향했다.
“자네 때문이야.”
그가 말했다.
“자네는 선택하지 않았지.”

함장실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차갑고, 무게감 있는 침묵이 공간 전체를 눌러왔다.

“그래서 나는 결론을 내렸네.”
그는 말을 이었다.
“인간은 더 이상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제거의 대상이라는 결론을.”

그는 코어리움 캡슐의 다이얼에서 손을 떼고, 중앙에 위치한 버튼을 눌렀다. 웅웅 거리는 저음이 캡슐 내부에서 울려 퍼지더니, 열려 있던 외피가 천천히 닫혔다.

“지금 전속력으로 그곳을 향해 가고 있으니, 앞으로 2시간 27분 후면 금성 궤도에 도착하겠군.”
그가 말했다.

그는 닫힌 코어리움 캡슐을 등지고,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정확히 3시간 후, 이 폭탄은 폭발한다.”
잠시 멈춘 뒤, 차갑게 덧붙였다.
“이제 돌이킬 수 없어.”

그의 마지막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몸을 움직였다. 더는 생각할 필요도, 판단할 필요도,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주먹이 아니라, 분노 그 자체가 먼저 튀어나간 것 같았다.

“그만둬!”

내 입에서 어떤 소리가 나왔는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시야에는 점점 가까워지는 로쉬의 무표정한 얼굴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의 멱살을 붙잡으려 했다. 아니, 붙잡아야만 했다. 지금 이 순간 그를 막지 않으면, 모든 것이 정말로 끝나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손이 먼저였다. 내 팔이 공중에서 꺾였고, 시야가 기울었다. 다음 순간, 등 뒤로 강한 충격이 밀려왔다. 바닥이었다. 폐 속의 공기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며 숨이 막혔다.

“컥!”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관절 하나하나가 정확히 계산된 각도로 눌려 있었다. 내가 어떻게 넘어졌는지, 어디를 잡혔는지조차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동작은 짧고 깔끔했다. 그가 가하고 있는 힘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마치 쇳덩이가 그대로 짓누르고 있는 듯한 무게였다.

“자네의 흥분은 충분히 이해하네.”
로쉬의 목소리가 바로 위에서 들려왔다.

나는 이를 악물고 몸부림쳤다. 팔이 부러지더라도 억지로 힘을 줘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의 힘 앞에서는 그저 무의미한 발버둥일 뿐이었다.

“이게… 인류를 위한다는 자의 방식입니까…!!”
나는 숨을 몰아쉬며 안간힘을 다해 소리쳤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내 손목을 잡고 있는 손에 조금 더 힘을 실으며, 천천히 몸을 숙였다. 그의 얼굴이 아주 가까이 다가왔다. 그 눈빛에는 분노도, 흥분도 없었다. 이미 결론에 도달한 존재의 눈만이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자네는 선택을 거부했지.”
그가 낮게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선택을 회피했어.”

나는 고개를 들려했지만 목이 눌려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손으로 내 턱을 들어 올렸다. 억지로 시선을 맞추게 했다.

“그래서 이제…”
그가 말을 이었다.
“그 결말을 볼 자격을 얻은 거야.”
그가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한 채 말했다.

나는 꺾인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는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그가 몸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렸다. 몸을 일으킨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네가 선택을 회피한 선택의 결말을,”
그리고 한 단어 한 단어에 힘을 주며, 또박또박 덧붙였다.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게.”

그 순간, 내 분노는 사라졌다.
대신 등골을 타고 내려오는 차가운 감각이 온몸을 덮쳤다.
그는 나를 죽이지 않았다.
그보다 훨씬 잔인한 선택으로, 나를 벌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