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
함장실 앞에 섰을 때, 나는 이곳이 코라의 심장이라는 사실을 다시 실감했다. 공기는 차가웠고, 복도는 지나치게 정적이었다. 의도된 적막이었다.
딜런이 숨을 죽인 채 내 옆에 섰다. 무장 요원 두 명은 이미 문 옆에 위치를 잡고 있었다. 그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문 앞에 작은 폭발물을 설치했다.
나는 문을 바라봤다.
노라가, 저 안에 있었다.
“폭파 준비.”
요원 중 하나가 낮게 말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수많은 가능성이 스쳤다. 문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을 일들, 이미 늦었을 가능성,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멈출 수 없다는 사실.
“셋. 둘. 하나.”
쾅—!
짧은 폭발음과 함께 함장실의 문이 찢어졌다.
“진입!”
요원들이 총구를 앞으로 내밀며 먼저 몸을 던졌다. 딜런과 나는 손에 든 권총을 단단히 쥔 채, 그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를 보았다.
노라.
노라는 함장실 한쪽에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의 손목에는 구속구가 채워져 있었고, 이미 기절한 듯 미동조차 없었다.
“노라!”
그 이름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걸 막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그는 분명히 살아있다. 나는 여전히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로쉬.
그는 창 앞에 서 있었다. 거대한 유리 너머로 태양계의 빛이 흘러가고 있었고, 그는 마치 그 풍경의 일부처럼 고요했다. 우리가 들이닥친 소리에도, 총을 겨누는 기척에도 그는 놀라지 않았다. 그는 이미 이 순간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로쉬…!”
딜런의 목소리가 떨렸다.
“거기까지.”
로쉬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공간 전체를 눌렀다.
요원들이 동시에 총을 들었다. 딜런도 그를 향해 권총을 겨누었다.
“무릎 꿇어!”
요원 중 한 명이 위협적인 목소리로 외쳤다.
로쉬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 얼굴에는 분노도, 당황도 없었다. 아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허공으로 손을 들어 올리자, 함장실 중앙의 홀로그램에 붉은 숫자가 떠올랐다.
'02:12:47'
숫자의 배열은 끊임없이 바뀌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타이머임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곧바로 알아챘다.
“… 활성화시켰군…!”
나는 권총을 그에게 겨눈 채 이를 악물고 말했다.
“물론이죠.”
로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이제 협상의 도구가 아닙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결론이죠.”
“쏴!”
요원 하나가 외쳤다.
총성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하지만 운동에너지를 가득 담은 탄환은 그의 몸 앞에서 스파크를 튕기며 흩어질 뿐이었다.
“뭐야, 이건—!”
놀란 요원이 짧은 외침과 함께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발사된 탄환은 그의 몸에 무의미한 흠집만을 남겼다. 로쉬는 튀어 오르는 불꽃을 가르며 앞으로 달려 나왔다.
그다음 장면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첫 번째 요원의 손목이 꺾였다. 총이 바닥에 떨어졌고, 이어 벽에 처박히듯 날아갔다. 고통스러운 숨소리가 짧게 들렸다.
두 번째 요원은 그를 향해 탄창 하나를 모두 비워낸 뒤 소파 뒤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곧바로 새 탄창을 꺼내 재장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순식간에 소파 앞까지 파고든 로쉬가 소파째로 그를 걷어찼다. 나뒹구는 소파와 함께 그의 몸이 함장실 반대편까지 날아갔다.
“예상 스펙보다 훨씬 훌륭한 성능이군.”
로쉬가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모든 것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강철로 이루어진 육체, 감정 따윈 새어 나오지 않는 계산된 언어.
로쉬가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 채 방아쇠를 당겼다. 탄환이 튕길 때마다 그의 인공 피부가 조금씩 벗겨질 뿐, 그는 여전히 나를 향해 걸어왔다.
플라스마 권총을 아직 가지고 있었다면 그에게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있었겠지만, 지금의 무기로는 역부족이었다.
그가 갑자기 나를 향해 달려들며 손을 뻗었다. 나는 옆으로 몸을 굴려 간신히 거리를 벌리고 다시 권총을 발사했다. 무의미했지만, 가만히 당할 수만은 없었다.
나는 노라가 있는 쪽을 힐끗 바라보았다. 혼란을 틈타 딜런이 그의 곁으로 다가가 있었다. 딜런이 이름을 부르며 어깨를 흔들자, 노라가 천천히 눈을 뜨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에게 시선을 오래 둘 수는 없었다. 로쉬가 내리치듯 주먹을 휘둘렀고, 나는 다시 한번 옆으로 몸을 굴려야만 했다. 그가 주먹을 내리친 바닥은 움푹 패여 들어갔다.
“재빠르군요. 네리안과 인간의 신체 능력은 조금 다른가 봅니다.”
로쉬가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흥미로워요. 죽이기엔 아까운 실험체입니다.”
“개소리하지 마!”
나는 다시 방아쇠를 당기며 소리쳤다.
탄환이 그의 얼굴에 튕길 때마다 인공 살점이 조금씩 떨어져 나갔고, 그 아래에서 차가운 금속이 드러나며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때, 옆에서 철컥하고 구속구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순간 고개를 돌렸다. 노라가 딜런의 부축을 받은 채 천천히 일어서고 있었다.
“도망쳐요, 노라!”
나는 그를 향해 소리쳤다.
노라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던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다급함으로 바뀌었다.
“칼리뮤! 위험해요!”
그의 외침에 나는 정면을 바라보았다. 시야 앞에 로쉬의 손바닥이 들어왔다. 그는 내 얼굴을 움켜쥔 채 나를 들어 올렸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자, 나는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지르며 손에 들고 있던 권총을 놓쳤다.
그 순간, 노라가 소총을 거꾸로 든 채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소리를 지르며 로쉬의 머리를 내리쳤다.
약간의 타격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귀찮았던 것인지, 로쉬는 나를 내려놓고 노라의 멱살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를 내팽개치듯 던졌다. 노라의 몸이 금속 벽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딜런은 손에 든 권총의 방아쇠를 미친 듯이 당겼다. 가슴에 명중한 탄환이 로쉬의 옷을 찢었다. 찢어진 옷 아래로 데이터 접속 단자처럼 보이는 구조물이 드러났다.
그러나 곧, 딜런이 쏘아 대던 권총에서 총성이 멈추고 틱틱거리는 공허한 소리만이 울렸다. 탄약이 떨어진 것이었다. 딜런의 얼굴에 절망이 스쳤다.
총성이 사라진 함장실에는 끙끙거리는 신음 소리들만이 남았다. 로쉬는 쓰러진 우리를 한 사람씩, 차분하게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의미한 저항은 관두게들.”
그는 발걸음을 옮겨 함장실 중앙의 홀로그램 앞으로 다가갔다.
“위대한 순간을 목전에 두고 있지 않은가?”
그가 손짓하자, 불바다가 된 루나포트와 파괴되고 있는 GU 함선들의 영상이 허공에 떠올랐다.
“지켜보게.”
그는 두 팔을 벌리며 선언하듯 말했다.
“위대한 두 번째 빅뱅의 순간을.”
그의 어깨너머로 여전히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운명의 시간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