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iable1

# 92

by 더블윤


Observer


루나포트 상공, 그곳의 우주는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MCD는 여전히 루나포트를 향한 포격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거대한 선체는 미동도 없이 고정된 채, 주포를 통해 응축된 레이저를 반복적으로 방출했다. 한 줄기의 붉은 광선이 진공을 가르며 루나포트 표면을 찔러 넣을 때마다, 백색 구조물의 일부가 녹아내리거나 산산이 부서졌다.
루나포트는 거대했지만, 무방비에 가까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대피를 위해 발사장과 격납고로 몰려들었지만, 저공비행 중인 무인 전투기들의 위협 때문에 수송기를 띄우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기지 내부에서 출격한 서브듀어들이 필사적으로 상공으로 치솟았다. 어쩔 수 없이 AI 모듈을 분리한 채 출격한 그 전투기들은 모두 유인 조종 상태였다.

“어떻게든 저 구축함을 무력화시켜야 해!”
“망령 전투기, 좌현 접근! 조심해!”
“놈들이 너무 빨라! 메이데이, 메이데이!”
인간 조종사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통신기 안에서 겹쳐 울렸다.

서브듀어 편대는 MCD를 향해 접근하려 했지만, 그 시도는 번번이 차단됐다. MCD 주변을 맴도는 무인 전투기, ‘망령’. 검은 공 모양의 소형 요격기들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접근하는 모든 기체를 제거해 나갔다. 회피 기동을 시도하던 서브듀어 한 기가 꼬리를 잡혔고, 짧은 섬광과 함께 폭발했다. 파편들이 우주 공간에 흩어졌다.

“젠장… 접근할 수가 없어!”

그럼에도 서브듀어들은 계속해서 초대형 구축함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MCD를 파괴하지 못하더라도, 단 한순간이라도 포격을 멈추게 해야 했다. 그래야 남아 있는 사람들만이라도 대피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유인 전투기가 가진 기술은 이미 뒤처져 있었고, 망령 전투기들은 인간 조종사의 반응 속도와 판단 패턴을 모두 계산한 상태였다.
다시 한번 번쩍이는 구축함의 주포. 그와 함께 루나포트의 상부 구조물 하나가 추가로 붕괴되었다. 백색 파편이 먼지처럼 흩어지며, 기지 전체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돔 형태의 구조물 안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투명한 천장 너머로 보이는 광경을 공포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는 울부짖었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올렸다.
그 모습은, 예전 루나포트가 지구를 폭격하던 그날의 지구인들과 어딘지 닮아 있었다.

서브듀어 편대장은 벌써 세 기째 망령을 격추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부하들이 섬광과 함께 사라져 버린 상태였다.

“편대장님! 이런 소모전은 의미가 없습니다. 저 구축함에 접근하기도 전에 루나포트가 전부 파괴될 겁니다!”
편대원의 목소리가 통신기를 타고 조종석 안에 울렸다.

“나도 알아! 하지만…!”
편대장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캐노피 너머로 백색 기지를 내려다보았다. 그 학살의 풍경 속에서, 사람들의 절규가 들려오는 듯했다.

“어뢰 준비해! 어떻게든 저 함선에 접근한다!”
그가 외치며 스로틀을 밀었다. 여러 대의 서브듀어가 편대장의 기체를 따라붙었다.

빠르게 접근하는 서브듀어들 뒤로 망령들이 따라붙었다. 추격하던 망령의 어뢰 발사관이 열리며, 하나하나 목표를 조준해 나갔다.

바로 그때, 어디선가 날아온 탄환이 망령의 코어를 관통했다. 공중으로 파편이 흩어지며, 파괴된 망령이 뒤따르던 다른 망령들과 충돌했다.

“뭐지…!?”
서브듀어 편대장이 중얼거렸다.

그는 캐노피 너머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머리 위로, 네 대의 노매드 편대가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편대장은 그제야 레이더를 내려다보았다. 화면에는 이전에 없던 푸른색 점들이 나타나, 루나포트를 향해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지구의 자녀 기체들입니다!”
통신기 너머로 다른 대원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들이… 그들이 우리를 돕고 있습니다!”




“지금 뭐 하는 건가, 엘렌! 당장 전투기들을 철수시키게! 오세아니아 지역의 모든 전력을 출격시키면 어쩌자는 건가?!”

에그리나의 지휘통제실. 엘렌은 통신기 앞에 선 채, 분노로 가득 찬 의장의 목소리를 잠잠히 듣고만 있었다.

“방금 전까지 우리를 죽이려 들던 놈들이야! 그런데 그들을 구하겠다고? 자네, 미친 건가?!”
의장은 대답 없는 엘렌을 향해 계속해서 고함을 질렀다.

엘렌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세아니아 지역의 지도자는 의장님이 아니라 아이작입니다. 그리고 군사 작전의 지휘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의장님. 이미 아이작과 협의가 끝난 사안입니다.”

“그런다고 해서 그들이 고마워할 것 같나? 당장 모두 철수시켜!”
의장은 엘렌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엘렌도 물러서지 않았다.
“우리는 노라와 그의 계획을 믿기로 했습니다. 그 믿음은, 변화를 향한 믿음이었습니다. 의장님.”

그녀는 화면에 떠오른 루나포트의 상황을 바라보았다. 이미 절반 가까이 파괴된 기지를 향해, 지금 이 순간에도 구축함의 포격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이것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엘렌이 낮게 덧붙였다.
“그것이… 코라로 향한 노라를,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달과 지구 사이의 중간 지대.
날렵한 삼각형 기체들이 선두를 이루고, 그 뒤로 둔중하지만 위압적인 함선들이 따라붙고 있었다. 이미 전개를 마친 드론들이 망령들을 상대하기 위해 흩어지기 시작했고, 노매드 편대는 그 뒤를 따라 망설임 없이 가속했다.

“타겟은 적의 대형 구축함. 루나포트 포격 차단이 최우선이다.”
노매드 안의 통신 채널을 통해 지구의 자녀 측 편대장의 음성이 울렸다.

망령 전투기들이 즉각 반응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망령 전투기들이 노매드 편대를 차단하려는 순간, 스웜에서 사출 된 드론들이 그 사이로 끼어들었다. 반대편에 위치한 서브듀어 편대들 또한 망령의 포위망이 느슨해진 틈을 타 노매드의 기동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어뢰의 사정거리까지 파고든 노매드 편대에서 어뢰들이 투하되었다. MCD의 근접방어시스템이 즉시 가동되었지만, 이번에는 수많은 드론들이 어뢰 주위를 감싼 채 방패처럼 움직였다. 드론에서 발사된 소형 어뢰들이 구축함의 다연발 레이저 포대에 명중하며, 구축함의 방어 체계 일부가 무력화되었다.
발사된 어뢰 중 한 기가 구축함의 주포 연결부에 명중했다. 루나포트를 향해 고정되어 있던 거대한 포신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틀어진 주포에서 발사된 붉은 광선이 달의 지표를 스치며 우주 공간으로 흩어졌고, 그것을 본 일부 서브듀어 조종사들은 참지 못하고 함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망령 전투기들이 구축함을 보호하고 있었고, 거대한 함선은 아직 건재했다.
MCD의 외피에 부착된 수많은 무기 체계가 일제히 불을 뿜었고, 주변의 노매드와 서브듀어들이 한 기씩 격추되어 갔다.

“아직… 화력이 부족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드론들을 바라보며 노매드의 편대장이 외쳤다.

망령에서 발사된 마이크로 어뢰들이 그의 노매드를 보호하던 드론들에 정확히 명중했다. 완전히 노출된 그는 급격한 기동으로 후미에 붙은 망령을 떼어내려 했다. 하지만 망령의 움직임은 날카로웠고, 그곳에서 발사된 어뢰에는 어떠한 자비도 없었다.
그의 전투기 후미로 마이크로 어뢰들이 접근해 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작은 폭발들이 연속으로 일어났다. 노매드 편대장은 두 눈을 질끈 감았지만, 그의 기체는 여전히 멀쩡했다. 그가 캐노피 너머로 전투기의 후미를 확인했다. 그곳에는 어디선가 끼어든 드론의 잔해가 조용히 떠 있었다.

“지원군입니다!”
통신기에 다른 대원의 목소리가 울렸다.

노매드 편대장은 고개를 돌려 지구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지구에서 날아온 수많은 전투기들이 우주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편대장. 다른 대륙에서도 지원군을 보내줬습니다.”
이번에는 통신기 너머로 엘렌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낮게 덧붙였다.
“목표는 단 하나... 반드시, 저 구축함을 격파하세요.”

그것은 전략적 판단이 아니었다.
합리적인 계산의 결과도 아니었다.
그저, 누군가를 버리지 않겠다는 선택의 결과였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편대장은 결연한 음성으로 대답한 뒤, 다시 한번 조종간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노매드 편대는 다시 한번 MCD를 향해 기수를 틀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GU’의 마크가 선명하게 새겨진 서브듀어 편대가 조용히 따라붙었다.

전장은 다시 한번 요동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