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iable2

# 93

by 더블윤


Observer


화성. 그곳의 고궤도에서도 무인화된 전투선과 GU의 전투 함정들 사이에 필사적인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화성의 제3 지구. 거대한 돔 안에서는 이미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싸움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중앙 광장에 집결한 수많은 사람들은 하늘을 향해 피켓을 높이 들어 올린 채 관청을 향해 행진하고 있었다. 피켓의 문구는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같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억압과 통제를 벗어난 자유로운 삶. 사람들은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그들의 머리 위로 온통 파란색으로 도색된 수송기 한 대가 지나갔다. 그리고 관청으로 향하는 길목에 빠르게 내려앉았다. 이윽고 거대한 수송선의 후방 화물칸 문이 열리자, 그 안에서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치안유지 대원들이 쏟아져 나왔다. 무거운 헬멧과 조끼를 착용한 그들은 GU 로고가 새겨진 방패를 앞으로 내세우며 시위대 앞에 벽을 만들어 갔다.
그 모습은 화성에서 지겹도록 반복되어 온 풍경이었고, 서로를 향한 증오를 나날이 키워 가는 장면이기도 했다.

“이 GU의 개들! 내 동생을 풀어줘!”
“네놈들이 우리 아빠를 죽였어! 살인자!”
분노에 찬 시민들의 함성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지구는 살아있다! 진실을 밝혀라!"
어딘가 한 무리에선 그런 구호소리도 흘러나왔다.

방패를 들고 있던 대원 중 한 명이 코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옆사람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직도 테러리스트의 허무맹랑한 주장을 믿는 놈들도 있구만."

그 말을 들은 그의 동료도 피식하며 입꼬리를 잠깐 올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시위대 앞에선 사람들이 각자의 손에 들린 물건을 치안유지 대원들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치안유지 대원들은 늘 그래 왔던 것처럼 방패를 들어 올려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물건들을 막아냈다.
하지만 언제나 똑같은 일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화염병이야!”

외침과 동시에 방패와 방패를 들고 있던 대원 한 명이 불길에 휩싸였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대열을 이탈해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동료들이 급히 소화기를 가져와 불을 껐지만, 그는 여전히 하늘을 향해 고통스러운 비명을 토해냈다. 불에 그을린 유니폼 아래로, 녹아내릴 듯 벌겋게 달아오른 피부가 드러났다.

“이런 개새끼들!”

치안유지 대원 중 한 명이 욕설을 내뱉으며 허리춤에서 진압봉을 꺼내 들었다. 진압봉의 끝에서 전류가 흐르며 파란색 스파크가 튀었다. 그를 시작으로 치안유지 대원들이 하나둘 진압봉을 꺼내 들었고, 곧 지휘관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진압해!”

외침과 함께 치안유지 대원들이 시위대를 향해 돌진했다. 아비규환의 현장 속에서 광장은 온통 사람들의 비명으로 가득 찼다. 진압봉이 휘둘러질 때마다 사람들이 바닥에 쓰러졌고, 누군가는 중심을 잃고 넘어져 도망치는 군중의 발에 짓밟혔다.

그 혼란의 한가운데서, 광장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에 불이 들어왔다.
형형색색의 꽃밭이 화면 위에 조용히 떠올랐다.
화성에는 존재하지 않는 꽃. 코스모스였다.

코스모스는 그 혼란 속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피어나고 있었다.




오르비트의 어두운 빈민가에 위치한 폐허가 된 작은 집. 문 밖에는 후드를 뒤집어쓴 남성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어두운 골목길을 따라 축축하고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희미한 가로등 아래로 그 발걸음이 지나가자, 그 빛 아래 두 사람의 실루엣이 스쳐 갔다. 한 사람은 절뚝거리며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그의 등에는 어린아이가 업혀 있었다.

“여기에요.”

후드를 뒤집어쓴 남성이 손을 들어 올리며, 목소리를 한껏 낮춰 말했다. 아이를 업은 남성이 힘겹게 그에게 다가와 “고맙습니다.” 하고 속삭인 뒤, 후드를 쓴 남성이 열어 준 문 안으로 들어갔다. 후드를 쓴 남성은 주변을 한 번 더 살핀 뒤 조용히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며 문을 닫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와 함께, 한쪽에서 끓고 있던 스튜의 달큰한 향이 퍼져 나왔다.

“오빠, 왔어?”

스튜 앞에서 국자를 저으며 서 있던 붉은 머리의 여성이 후드를 쓴 남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응. 이 사람들한테도 먹을 걸 좀 나눠 줘, 펠리스.”

남성이 후드를 벗으며 말했다. 타는 듯한 붉은 머리가 희미한 조명 아래서 드러났다. 휴고였다.
휴고는 아이를 업고 들어온 남성을 허름한 방으로 안내해 침대에 눕게 했다. 방 안에는 이미 몇 명의 사람들이 간이침대 위에 누운 채 옅은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휴고는 그에게 따뜻한 물을 건네며 입을 열었다.

“상황은 좀 어떤가요?”

남성은 업고 있던 아이를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힌 뒤, 휴고가 건네준 컵을 받아 들었다. 이미 잠이 든 아이의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방 안에 조용히 울렸다.

“GU 군인들이 행정 구역을 되찾는 데 성공한 것 같아요. 혁명군은 치안 본부를 거점으로 다시 집결하고 있는 듯하고요.”
남성은 잠든 아이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덕분에… 우리 같은 사람들만 원래의 삶을 잃고 있죠.”

휴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르비트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며칠 뒤, 기득권층을 척결하자는 외침 속에서 결성된 혁명군은 휴고의 집에도 들이닥쳤다. 다행히 지구의 자녀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는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집이 불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구의 자녀 요원은 그에게 피신을 권했지만, 휴고의 대답은 단호했다.

“여긴 내 집이에요. 내 집을 두고 내가 어딜 가겠어요? 여기 남아서 무고한 시민들을 돕겠어요.”

그러나 무력 충돌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계속되고 있었다. GU와 혁명군 모두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서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 또한 멈추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그때, 아직 배터리가 남아 있던 휴고의 단말기에서 영상 하나가 떠올랐다. 조그만 홀로그램 화면 속에는, 그가 이전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풍경이 담겨 있었다.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펼쳐진 들판.
그리고 그곳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이고 있는 수많은 꽃들.

잠시 후, 차분한 음성이 단말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이 영상은 과거의 기록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의 지구입니다.”

영상이 전환되며 또 다른 풍경이 나타났다.
붕괴된 도시의 잔해 위로 푸른 식생이 천천히 스며들고 있었다.
폐허로 여겨졌던 지역의 외곽에는 간이 태양광 패널이 줄지어 설치되어 있었고, 재건 중인 주거 구역 사이로 아이들이 뛰어다녔다.
하늘은 맑았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이 화면 가득 담겼다.

“우리는 이미 한 번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기록자의 음성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구는 사라지지 않았고, 인간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영상은 계속 흘러갔다.
폐허 위에서 식물을 심는 손.
낡은 돔 안에서 아이들에게 글자를 가르치는 노인.
복구된 해안선을 따라 천천히 돌아오는 철새 떼.
그리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궤도 방향으로 작은 불빛을 흔드는 사람들.
그 모든 장면이 차례로 지나갔다.

휴고는 그 영상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어느새 그의 주변에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말없이 그 모습을 함께 바라보고 있었다.




화성의 제3지구 중앙 광장.
광장에 모여 있던 시위대의 고함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방패를 들고 대형을 유지하던 GU 치안유지 대원들 또한, 본능적으로 시선을 거대한 화면에 고정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숨을 삼켰다. 돌을 쥐고 있던 손이 힘없이 풀렸다.

“지금의 지구는 아직 완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 있고, 다시 아름다워지고 있습니다.”

치안대원의 방패가 천천히 내려갔다.
무전기에서는 더 이상 진압 명령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 누구도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화면 속에서, ‘회복 중인 세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지구라고?”
누군가가 낮게 물었다.

화면 속 지구는 그들이 상상해 온 폐허가 아니었다.
하늘을 활공하는 새들, 숲 사이를 뛰어다니는 사슴, 다시 빛을 반사하는 바다.
그리고 흐르는 지하수를 서로에게 튀기며 웃고 있는 아이들.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살아남았습니다.”

누군가가 무기를 내려놓았다. 금속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광장에 울렸다. 그 소리는 항복이라기보다, 무언가를 깨달은 뒤 흘러나온 탄성처럼 들렸다.


휴고는 조그만 화면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노라… 네가 보려던 세상은… 이거였구나.”


화성과 오르비트의 수많은 인간들이 처음으로 같은 미래를 보고 있었다.
파괴 이후에도 남아 있는 세계.
그리고 다시,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
폭력은 잠시 멈췄고, 우주는 그 고요 속에서 인간의 다음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