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는 주말이었다. 체감 기온 6도의 바람을 맞으며 걸었다. 우리는 핫팩을 하나씩 호주머니에 넣었다. 주머니가 따뜻해지면 반대편 주머니로 옮겼다. 손은 번갈아 따뜻해졌다.
길을 따라 걸으며 봄 이야기를 했다.
수양버들인 줄 알았던 나무에 버들강아지가 달려 있었다.
솜털 같은 꽃술 사이로 노란 꽃가루가 번지고 있었다.
매가 낮게 나는 건 먹이 때문이 아니라 바람 때문이라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매가 갑자기 높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바람이 길게 따라왔고 꽃 피는 강가의 길은 짧아서 향내를 맡으며 천천히 늘여 걸었다.
계절의 반복과 변덕스러운 봄날에 대해 말했다.
편의점의 냉장고를 떠올렸다. 병에 담긴 날씨를 골라 살짝 부어보는 봄을 생각했다. 햇볕이나 잔바람 대신 돌풍이나 폭설이 담긴 병을 집어 드는 아이를 상상했다.
사람 사이의 일도 날씨처럼 대개 짐작이 되지 않는다.
기분을 음료수처럼 가려 마실 수 있다면 좋겠다. 편의점에서 음료를 골라 마시듯.
이런 농담을 나누는 사이 오후 볕의 농담도 조금 짙어졌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도착하는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당신처럼 태양은 서둘러 도착했다. 밤이면 역시 밤의 버스를 타고 딸기 봉지를 손에 든 당신이 별을 세며 걸어온다.
낮 동안 밤을 기다린 싹들은 조금 더 초록해졌다. 곧 마당 가득 약속을 어기지 않는 제비꽃이 찾아올 것이다. 그 재잘대는 소리는 사람의 말보다 고요하게 시끄러울 것이다.
우리는 가끔 버스나 별 같은 사이이고 싶다.
하지만 간밤의 폭설 하나면 꽃은 얼고 뿌리는 상한다. 계절이 오갈 때 생기는 온도 차이는 바람을 만들고, 바람은 소용돌이를 만든다. 마음도 가끔 그렇게 흔들린다.
이제는 그 흔들림을 성격 차이라며 단념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주머니 속 핫팩을 한 번 더 옮긴다.
핫팩 하나로도 두 개의 주머니는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