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의 댓글 하나를 오늘에서야 열어보았습니다.
블로그 댓글 목록에는 숫자가 찍힙니다.
홀수면 누군가 남긴 글이고, 짝수면 내가 답을 달았다는 뜻이라
나는 습관처럼 그 숫자를 건너뜁니다.
그날은 1이었습니다.
아이의 세 번째 생일 글 아래 달린 댓글이었습니다.
오래된 광고이겠거니 하고 눌렀습니다.
“생일을 축하합니다.”
2008년에 남겨진 문장이었습니다.
나는 그 말을 오늘에서야 읽었습니다.
한 박자 늦게 도착한 마음 앞에서 나는 잠시 숨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늦은 답장을 남겼습니다.
'18년이라는 시간이 건너뛰어 갔습니다.
당신의 댓글이 왠지 과거에서 온 편지 같습니다.
조심스레 열어본 편지에서
당신의 마음이 18년을 기다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늦었지만 당신께 남겨봅니다.
감사하다고.'
글이 되고 나서야
내 생각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읽히기 전까지는 당신의 생각도 알 길이 없었듯이,
당신의 한 줄을 읽고 나서야
내 마음이 어디에 닿아 있었는지 드러났습니다.
오래 전 자판을 두드리며 축하 글을 남겼을 당신을 생각합니다.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그 짧은 문장을 남겼을까요.
생일 축하 노래가 흐르면 자연스럽게 건네는 말처럼,
그저 흘려보낸 인사였을지도 모릅니다.
그 말은 한동안 보이지 않는 글 사이에 묻혀,
아무도 열어보지 않는 시간 속에 눌려 있었습니다.
나는 당신의 아이디를 눌러보았습니다.
손끝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묻어 있었습니다. 감사와 미안함, 그리고 아주 조금의 호기심.
베란다에 놓인 그릇에 빗물이 고이고,
그 물을 마시러 새들이 찾아온다는 글이 있었습니다.
작은 새들이 잠시 머물다 가는 곳, 때로는 목욕을 하는 작은 연못.
요즘은 직박구리 대신 비둘기가 자주 온다고 했습니다.
그 따뜻한 문장을 읽으며 나는 한참 그 자리에 머물렀습니다.
당신의 댓글은
수첩에서 발견한 옛사람의 전화번호였습니다.
너무 늦게 도착한 마음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사라진 줄 알았던 마음은
기어이 도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