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말했었다. 잠시만 시간을 갖자고. 각자를 돌아볼 시간이 부족했다고.
얼마나가 잠시냐고 물었다. 당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당신은 잠시라는 시간으로 달아났다.
그 잠시의 시간 동안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멀어질 준비를 한다.
아쉬움 같은 것에 맘이 돌아서지 않을 만큼 시간이 지나간다.
광물 채집자의 망치질 한 번으로 바위 속의 암모나이트가 드러난다.
순간 돌 사이에 눌어붙었던 시간이 쩌억하며 떨어져 나간다.
오랜 시간 굳건했던 것들이 속을 드러냈다.
음용 기한이 지난 우유를 버렸다. 냉장고를 여닫는 동안 자꾸만 신경이 쓰이던 우유.
잠시 둬도 괜찮을 것 같았는데, 뚜껑을 여는 순간 상한 냄새가 올라왔다.
이미 늦은 것들은 대체로 비슷한 냄새를 낸다.
싱크대에 우유를 쏟았다. 희끗하게 굳은 덩어리들이 물에 부딪혀 흩어졌다.
시간을 갖는다는 말은 안전한 이별 연습이었다.
내가 가끔 읊조리던 시를 떠올린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우리는 그 시간을 견디지 못했다.
바위 속에 눌려 있던 것들은 한 번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도 그랬을까.
오래 붙들고 있던 시간이 한 번의 말로 갈라졌다.
우리에게 잠시는
이미 갈라진 시간을 가만히 바라보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