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
한의원에 다녀왔다.
이틀 전만 해도 한의사 선생님이 원하는 진맥이 나왔는데 다음날 바로 생리가 터지면서 몸에 또 염증이 났다. 상태가 좋았던 그날의 맥이 유지된 건 아니지만 지난달보다는 좋은 맥이 맞고, 이번 1주일을 잘 견디고 다음 생리 전에 몸을 많이 만들어두면 정말 편해질 거라는 말을 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이제 그런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고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 뭐가 좀 되려고 하면 중간에 일이 터지는 이런 나 같은 타입이 치료하기 가장 번거롭다고 한다. 나도 변수 없이 치료되고 싶은데 변수라는 게 내 마음대로 되면 변수가 아니겠지. 인생이 몇 차 방정식까지 뻗어 가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간밤에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귀가 또다시 다 찢어졌다. 너무 따갑고 쑤셔서 주변을 건드리다가 또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주먹을 꽉 쥐고 떨다가 별….
얼굴도 낫기는커녕 자꾸 살이 터져서 새로 진물이 난다. 축축하다. 이미 앞선 글들에서 고통을 겪는 과정은 많이 써놨으니 또 쓴다면 반복밖에 되지 않는다. 타인은 내 고통의 서술을 반복재생으로 볼 수 있는데 나만은 그럴 수가 없다. 내겐 늘 새롭다. 파도가 매번 형태가 달라지듯이. 다 똑같아 보이는 사막의 모래 결이 하나도 같지 않은 무늬를 가지듯이.
자꾸 눈물이 난다. 견딜 수 있다고 했지만 이 과정이 너무 험난하다. 여전히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한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편안해졌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견뎌야 하는 걸까…. 한 달은 턱도 없을 것 같고, 두 달? 세 달? 그 사이에 변수가 없을까? 그만 울고 싶다. 한의원에서 진료받으면서도 울었다. 눈물에 얼굴이 흠뻑 젖는 건 참 쉬운 일이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것도 사치였다. 눈물이 흐르는 얼굴이 너무 따가웠다. 벗겨진 피부가 너는 서러울 자격도 없다고 했다. 서러움은 마음만 찌르는 게 아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주변 사람들이 너무 부럽다. 선택지에 있는데 선택하지 않는 삶과 선택지조차 없는 삶 사이의 거리는 후자의 인생을 사는 사람의 질투와 분노, 눈물… 그런 것들로 채워져 있다. 특별히 행복한 삶을 바라지 않는다. 아프고 싶지 않다. 그저 바다가 가고 싶으면 거리낌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삶이면 된다.
또 귀가 점점 아파온다. 도망가고 싶은데 집조차도 나에겐 휴식처가 되지 못한다. 그곳은 고통의 감옥이다. 어디로 가야 할까. 몸은 멀리 갈 수 없어 마음만 온종일 정처 없이 방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