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7일
한의원에 다녀왔다. 원래 오전 진료 마감시간에 맞춰서 가는데 오늘은 오후 진료 오픈 시간밖에 예약이 안 돼서 2시에 방문했다. 잠들었다가 일어났을 때 고통이 한 번에 밀려오듯 아파서 집에서 출발해 한의원 침대에 눕기까지 시간이 체감상 4시간은 되는 것 같다.
진맥 뒤에 선생님께서 빨리 생리를 시작해야 몸에서 열이 빠져나가고 회복력이 높아진다고 하셨다. 시작하지 않았으면 했을 때는 죽어라 피를 쏟아내던 몸이 이제는 열을 빼내야 한다고 하니 말을 듣지 않는다. 마음대로 되는 게 없는 건 이제 일상이다.
몸에 열이 차니 피부가 제대로 회복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열을 빼기 위해 약침을 맞고 다리에 일반 침도 꽂았다. 보통 침을 맞아도 조금 편안함을 느낄 뿐 큰 변화는 느끼지 못했었는데 오늘은 유독 몸이 노곤하게 풀렸다. 직전까지 나를 괴롭히던 따끔거림이나 가려움증 등의 통증은 옅어지고 고통을 견디기 위해 경직되었던 몸이 풀렸다. 몇 주 내내 하루에 4시간도 자지 못해서 이런 편안함이 너무 달았다. 이대로 10분만 더 잠들고 싶었는데 대기 환자가 많아서 침대는 쓸 수 없었다. 그대로 한의원을 나서는데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역시 한의원 치료와 장소가 주는 효과였는지 집에 와서 쉴 때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겨우 선잠을 자고 일어나니 역시 고통에 몸이 바짝 굳었다. 퉁퉁 눈이 부어서 시야가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억지로 밥을 먹고 심호흡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런 편안하지 못한 시간만이 낱낱이 체감되고야 만다.
새벽 네시가 다 되어가지만 오른쪽 귀의 가장자리가 완전히 해져버려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최근 신체 부위의 존재감이란 것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게 가장 건강한 상태라는 걸 깨달았다. 귀의 형태가 선명하고 팔의 형태가 선명한 것은 그곳이 치료받아야 한다고 고통으로 강하게 주장하기 때문이었다.
깊은 새벽이지만 해가 뜨기까지는 아직도 멀었다. 그게 내 삶과 닮은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입이 쓰다. 시간이 갈수록 나와 가까워지는 건 피곤함과 통증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