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한의원에 다녀왔다. 침 치료로 위장 상태가 나아져서인 건지 밤새우는 게 며칠 전보다는 그나마 버틸만했다. 선생님도 위장 상태가 좀 나아졌다고 식단 이대로 유지하면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집에서 영 잠을 잘 수 없어서 침을 맞은 채로 병상에 누워 있다가 그대로 잠들었다. 그나마 한의원에서 잠깐이지만 깊은 잠을 잔 것 같다. 요즘 제대로 자는 시간이 하루에 세 시간도 안 된다. 깊은 수면에 들어가야 신체 조직이 회복을 시작한다는데, 내게 가장 필요한 수면은 깊은 수면이지만 얕은 수면에 닿는 것까지도 어렵다. 깊은 바다에 수장된 것처럼 물가는 여전히 내게 멀다.
귀가 너무 아파서 옆으로 눕지도 못하고 선잠을 잤다. 가만히 건들지 않아도 알아서 터지는 피부의 마음을 내가 알아차리기에는 곤란하다. 귀를 움켜쥐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마지막 잎새처럼 겨우 붙어있는 얄팍한 진물 딱지가 떨어지며 귀에서는 진물이 홍수처럼 날 것이다. 손을 벌벌 떨다가 또 여명이 희미하게 내 방을 밀고 들어오고, 내 잠은 또 그만큼 밀려나고, 아침이 덮쳐오면 나는 큰 파도에 휩쓸린 것처럼 오늘도 잠들지 못했다는 무력함에 시달린다.
귀와 팔을 움켜쥐고 밤새 앓은 덕분인지 그래도 팔은 조금 여문 것 같다. 건들면 바로 지각변동이라도 일어난 듯 갈라져서 진물을 토해내겠지만… 오늘 밤을 또 버틴다면 다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정말 ‘모른다’일 뿐이다. 몸은 정말 내가 긁는 것과 상관없이 홀로 기한도 정해지지 않은 폭탄처럼 터져버리기 때문이다. 밤에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다.
예상이라도 할 수 있다면 마음의 준비가 됐을까…. 하지만 병마란 언제 들이닥쳐도 준비라는 건 될 수가 없는 듯하다.
오늘은 또 어떤 밤을 보내게 될까. 궁금하지만 궁금하지 않다. 예고편이 없는 다큐멘터리 같은 인생. 그저 관람에 그치고 싶지만 나는 관객이 될 수 없다. 강제로 부여된 주연이라는 위치. 벗어날 수 없이 출연할 나의 모든 행동은 연기가 아닌 실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