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태엽 Nov 03. 2024

아픈 몸 수선하기 022

10월 5일

한의원에 다녀왔다. 목요일과 오늘인 토요일, 이렇게 방문했다.


화요일부터인가…. 느릿하게나마 좋아지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온몸에 못질하는 듯한 고통에 며칠 고생하다가 한의원 예약 날짜가 돌아와서 반쯤 정신을 놓은 채로 방문했다. 몸에 찬 열이 빠져나가지 못한 데다 잠을 못 자서 곤두선 몸이 통증을 견디지 못하는 상태라고 했다.


선생님은 잠시 고민하시더니 스테로이드를 쓰자고 하셨다. 스테로이드를 쓰면 몸 상태가 빠르게 안정될 거라고, 뒤집어진 피부도 싹 가라앉을 거라고 하셨다. 오래 쓰는 건 아니고 몸과 마음이 너무 상했으니 그걸 진정시키는 용으로 짧게 쓰자는 말이었다.

반가운 소리이자 무서운 소리였다. 스테로이드 복용을 중지하면 곧 다시 피부가 원래대로 뒤집어지지 않을까? 이런 걱정이 먼저 들었다. 지금이야 내내 상태가 좋지 않았으니 숨만 붙은 채로 살고 있긴 하지만, 스테로이드를 먹고 깨끗해졌다가 다시 바닥에 메다 꽂히면 멘탈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았다.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하셨지만 잘 모르겠다. 여태 변수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온갖 걱정이 생겨나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내 삶에 나도 몰랐던 미지수들이 자꾸만 발견된다.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면 그냥 넘길 수 있을 텐데 어떤 운명처럼 우뚝 서있어서 그저 압도되고야 만다.


목요일은 휴일이라 금요일 아침에 바로 병원을 갔다. 팔에 못질하는 고통을 견디다 보니 후폭풍의 무서움은 깨끗하게 잊고 그저 빨리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고 싶었다. 당연히 즉발이 아니기 때문에 복용 후에도 고통은 이어졌다. 약이 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걸 알지만 고통에 정신이 없어서 만약 스테로이드가 내 몸에 효과가 없어서 이렇게 아픈 거면 어떡하나, 무서워서 눈물이 찔끔 났다.


지금 이틀째 약을 먹었다. 꽤 빨리 안정되는 게 느껴진다. 진물이 멎지 않던 손가락이 진정되었고 쑤시는 듯한 고통도 많이 줄었다. 한의원에서 진맥 후 선생님은 월요일까지 약을 먹은 뒤에 더 복용할지 생각해 보자고 하셨다. 예전과 달리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을 몸이 해독할 수 있을 수준이 되어서 양약을 잠깐 복용해도 몸이 견딜 수 있고 양약의 효과도 챙길 수 있는 거라고 했다. 식단 지키기 어려운데 정말 잘하고 있다고 칭찬도 받았다.


그래도 복용 중지 후 상태가 나빠질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일상 내내 은은하게 깔려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픈 몸 수선하기 02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