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한의원에 다녀왔다. 벌써 11월이 되었다. 공기에 조금씩 겨울 냄새가 스며들고 있다.
기록에 남기지는 않았지만 토요일에도 한의원에 갔었다. 원래 맥이 많이 좋아져서 이대로 치고 올라가면 토요일에는 상태가 훨씬 나아져 있을 거라는 말을 들었는데, 토요일에 까보니 오히려 상태가 애매했다. 단 걸 잘못 먹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하셨다.
내가 욕심을 부렸다. 아직 안 되는 건데 안일하게 이 정도면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목구멍으로 달달한 게 잘도 넘어갔는데… 그 순간은 무척 즐거웠지만 즐거웠던 만큼의 수십 배는 우울했다. 몸이 안 좋을 때는 먹어도 티가 안 나지만 좋아지는 시점에 먹어서 티가 많이 나는 거라고 했다. 좋아지는 시점이라는 말이 오히려 비수 같았다. 스스로 다음으로 가길 거부한 것만 같았다.
가슴팍이 싸했다. 날이 쌀쌀해서일까…. 이 온도는 날씨와 하등 상관없음을 안다.
오늘은 한의원에 가는 길이 무척 고되었다. 눈을 떴지만 몸을 일으키기가 싫었다. 더 자고 싶었다. 자꾸 동이 틀 때 혹은 아침해가 하얗게 뜨고서도 잠들지 못해서 겨우 잠든 뒤에 일어나면 정오가 되어도 졸리다. 삐걱대는 몸을 끌고 한의원에 지각했다.
의사 선생님은 토요일에 살려놓은 맥이 유지되어 있다고 했다. 사실 좀 더 좋아졌다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 그대로라서 김이 빠졌다.
지겹도록 반복되는 밤이다. 아침이 되어서야 잠들고 눈을 뜨면 밀린 고통을 청산하고 그 사이에 이미 절반 이상 하늘을 달린 해는 빠르게 저물어버린다. 다시 밤이 온다. 밤 뒤에 따라붙은 고통이 내게 떨어진다. 밤하늘의 불타는 별똥별은 멀리서 보면 아름답기라도 한데 고통은 멀리서도 가까이에서도 흉측하기만 하다. 내 몸에 떨어진 고통을 앓다 보면 또 아침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