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순

by 맥문동

추석을 쇠고, 첫 출근하는 날이다

유달리 출근인사를 잘하는 직원이 있다.

사무실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팀이 달라도 직원들에게 일일이 찾아가서 인사하는 밝고 우렁찬 목소리를 지닌 깡마른 40대 후반인 여직원이다. 아침인사는 항상 그러려니 하면서도 기분이 더 좋아진다. 추석에 시골에서 고구마순을 따왔다며 필요한 사람은 가져가라고 하기에 따라갔다.


커다란 탁자 위에 고구마순이 한 무더기가 있었다.

잎사귀를 미리 잘라 낸 푸른 줄기는 무척 싱싱해 보였다. 검정 비닐봉지에 넣어 두어 번 묶어 내 자리 한쪽 귀퉁이에 두었다. 고구마순을 처음 본 순간부터 일이 끝나면 친정 엄마 집으로 달려갈 생각이었다. 적어도 엄마는 내일 반나절은 고구마순과 재밌게 숙제처럼 놀이를 하실 것 만 같다.


생각지도 않게 공짜로 얻은 한 뭉치 고구마순이다. 고구마순 다듬는 방법은 기다란 줄기 끄트머리를 살짝 부러뜨리면 줄기는 질긴 얇은 껍질에 걸린다. 얇은 껍질을 따라 벗겨 내려가면서 다듬는 정성으로, 반찬 만드는 즐거움으로, 한 끼 별미 반찬으로 으뜸이다. 홀로 사는 우울감이 다분하신 엄마는 조금 변한 일상에 작은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다듬고 나면 손끝에 고구마순 껍질에서 나온 물이 손톱에 물들어 며칠은 손톱 끝이 까맣다.


엄마는 고구마순을 삶아서 기름에 볶는 요리를 좋아하신다. 껍질을 벗겨내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질기지 않고 식감 좋다.어떠한 선물꾸러미라도 시집간 딸이 들려오는 소품은 반가운 이야기보따리 된다.


퇴근길이 같은 방향이라 가끔 귀가 길에 태워 주시는 연세 많은 팀장님과 고구마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팀장님은 고구마순으로 김치를 해 드신다고 하시는데...

살짝 고민하다가 안 드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2021. 9. 23



작가의 이전글아침에 생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