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줍는 어르신

by 맥문동

예전 근무지에서 "나이 들어서 폐지는 줍지 말아야지" 라며 앞날을 걱정하시던 분이 계셨다. 그때는 무심코 들었다가 얼마 전부터 출근길에 폐지 줍는 어르신의 모습을 볼 때마다 생각이 많아졌다.


부스스한 어르신도 깔끔한 어르신도 크고 작은 여러 상점 앞에 내놓은 빈 종이 박스를 집어서 납작하게 접어 리어카 안쪽 한편에 차곡차곡 쌓아 가며 이동하셨다. 종이 박스 말고도 전봇대 밑이나 편의점 주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술병과 플라스틱 페트병, 쓰레기 더미와 섞인 고철이나 깡통을 분리수거하기도 하신다. 어르신의 느릿느릿한 걸음걸이에서 빈곤한 미래를 걱정하시던 그때 그분의 말이 어렴풋하게 교차되기도 했었다.


최근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폐지 줍는 어르신 덕분에 동네 거리가 좀 더 깨끗해졌고,

구부정한 어르신이 아직까지는 건강하셔서 소일거리를 하시고, 생계를 책임지는 어엿한 고령의 가장이신 증거라고 생각되었다.


폐지를 줍는 일은 어르신의 생애 마지막 일터일 수 있으며, 사회와 이웃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측은함이 아닌 강한 정신력을 가진 몇 안 되는 분들 직업일 거라고....


산더미 같은 폐지가 쌓인 리어카를 부여잡고 매일 집에서부터 마을 버스정류장까지 손수 끌고 갈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우리는 당장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침마다 어르신들이 고물상(00 자원)까지 조심스럽게 끌고 가는 폐지더미 리어카는 마치 커다란 달팽이 집 같다.


꼭꼭 숨어 은둔하는 젊은이들과 불만으로 가득 차서 터질 듯한 사람들보다 어르신들이 내딛는 쉼 없는 발걸음에서 하루하루가 더 소중할 뿐이다.


2020.3.4 따뜻하고 맑은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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