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옆 화분

by 맥문동

집에서 출발한 지 30분쯤 지났을까 모퉁이만 돌면 바로 사무실이다.


모퉁이에서 몇 발자국 떼면 전봇대 있는데 그 옆에 키 큰 국화꽃 화분과 자잘한 작은 화분 몇 개를 볼 수 있다. 우리 동네 하나밖에 없는 신발가게는 바로 그 옆에 나란하다. 좁아터진 가게 안에 자리 잡았던 국화 화분이 밖으로 나온 지 몇 주 되었다. 주인은 가게 옆 전봇대에 있는 해바라기만큼 키 큰 국화꽃이 밤새 서리를 맞을까 봐 언제부턴가 커다란 비닐봉지를 퇴근길 어두운 저녁마다 씌워 놓았다.


행여 초겨울 서리에 노오란 국화 꽃잎이 다칠세라 염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화꽃은 아침이 지난 오전에서야 비로소 비닐봉지가 벗겨져서 해질 때까지 햇살을 받는다.


가게를 지나칠 때면, 가게 주인도 손님도 본 적이 없다. 가게 앞에 내놓은 먼지 쌓인 신발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


봄가을로, 허름한 주택가 마을에는 전봇대 주변마다 다양한 꽃과 작은 나무 화분으로 둘러쳐 있다. 알록달록 아기자기하게 피어서 마냥 예쁘다고 생각했다가 얼마 전에 화분의 쓰임새를 알게 되었다.

쓰레기 무단투기 방지용 화분이라는 것을..

항상 그 자리에서 웃고 있는 꽃들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


11월 서리에 국화꽃은 오늘도 용감하다.

신발가게 주인은 정이 많은 사람이겠지. ^^


2020. 11. 27 모퉁이를 돌면서 드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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