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듄(Dune)'
‘듄’, 2만년후 다시열린 대항해시대
우리는 종종 근미래 혹은 먼 미래를 상상해보곤 하여 얼마나 기술이 발전되어 있을지, 그에 따른 우리의 생활양식은 얼마나 변화해 있을지 궁금해하곤 한다. 인류가 비로소 다행성 종족으로 거듭날지, 전쟁의 양상은 어떻게 될지, 우리의 의식주가 어떻게 변화할지, 인류 자체가 얼마나 더 성숙히 진보할지 상상하고 또 상상한다. 관념적으로 2만년 후는 감히 상상할수 없을정도의 억겁의 시간이다.
현생 인류가 스스로의 행동을 기록하거나 존재했다는 근거를 남길수 있는 정도의 문명으로부터 오늘날까지 약 1만년에서 2만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는것을 감안하여 당시로부터 현재까지 이룩한것을 비교해보자.
수를 셀수 없었던 사람들이라면 감히 상상할수도 없는 발전을 이루었다고 볼수있다.
달에 가서 인류의 발자국을 남기고 왔고 화성에 무인 우주선들을 보내 사진을 찍게하였으며 빈곤을 극복했으며 스포츠와 같이 비생산적인 활동으로도 먹고살 정도의 세상을 일구어냈다. 지금까지의 2만년을 근거로 앞으로의 2만년을 예상해본다면 중간중간 어려운 시기가 있겠지만은 내일은 어제와 오늘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다.
작가 프랭크 허버트는 미래에 대한 본인만의 굉장히 독특한 시각을 그의 작품 ’듄’을 통해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sf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는 보았을 이름이다. 그리고 그게 대단하다는것만은 지나가는 소리로 한번쯤은 들어보았을것이다. 그가 묘사한 2만년 후의 미래이지만 황제가 존재하고 동인도 회사와 같은 우주길드또한 존재하며 총과 대포를 쓰지않고 칼을 사용한다.
이 부분이 ‘듄’이라는 소설이 다른 수많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게 영향을 주었음에도 그와 비슷한, 범접하는 매체는 없다는 하나의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상당히 먼 미래임에도 우리가 공감하기에 어렵지 않으며 설정 자체로도 현실과 분리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매체는 많이 없다.
가령 스타워즈의 경우는 듄의 우주 활극적 요소에서 영향을 받아 현재의 모습을 띄게 되었지만 거기에서 그친다. 그러한 배경들과 독자적인 설정들을 가지고도 스타워즈가 풀어내는 이야기와 듄의 이야기는 철학적 고민의 차이를 보인다. 메시아 콤플렉스와 샤머니즘과 이성주의와의 충돌, 독점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등등 듄이 매 장마다 펴내는 이야기는 상당히 심오하다.
‘듄’의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알아야 할것들이 있다. 크게 ‘대항해시대’와 ‘봉건주의’이다.
일단 첫번째로 ‘대항해시대’란 크게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의 대서양이 무역과 정복의 주 무대가 된 시기라고 볼수있다. 가장 주된 목적은 무역이였다. 무엇을 사고팔았는가 하면 바로 스파이스인 향신료이다. 그러나 인도로부터 후추와 같은 여러 향신료가 들어오고 청나라로부터 차가 들어오기 시작하자 유럽은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유럽의 고급스러운 음식들은 대부분 향신료가 포함되어있으며 대부분 이 대항해시대에 유입되었기에 존재할수 있는것이다. 당시 유럽은 향신료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대부분의 음식은 느끼했고 이렇다할 간이 되어있지 않았다. 느끼한 고기를 먹으면 후식으로 우유를 마시며 입을 정리하는 모습은 당시 흔하게 볼수 있었던 모습이다.
유럽 이 향신료를 포함한 동방문물의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유럽 자본의 대부분이 동방으로 유입되었던 사실을 본다면 당시 유럽의 목줄을 쥐고있던것은 동방이였으며 세계의 경제적 패권국이였다. 이때 향신료를 실은 10개의 범선들중 1개만 본국에 도착해도 어마어마한 흑자를 낼수 있을 정도로 당시 향신료의 가격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듄의 세계관 또한 매우 유사하다. ‘스파이스를 지배하는자가 모든것을 지배한다(he who controls the spice controls everything)’라는 말이 존재한다. 듄의 세계관에서는 과거 이미 다행성종이 된 인간의 모든것을 기계가 대신한다는 공포로 러다이어트운동이 전개되었고 모든 생각하는 기계가 이때 파괴되었다. 그러한 기계들을 대신하기 위해서 우수한 일부 사람에게 특수한 음식을 먹여 뇌의 활용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맨타트를 만들어 항성간 이동에 필요한 계산을 시키고 귀족들은 참모로도 쓰는등 초인류를 탄생시켰다. 이때의 특수한 음식이 바로 ‘스파이스 멜란지’ 이하 ‘스파이스’이다.
과거 17세기가 그러했듯 스파이스는 이제 다행성종인 인류에게서 이제는 결코 분리할수 없는 요소가 되었고 수요가 어마어마하게 급증했다. 그러나 이 스파이스는 실제 향신료가 인도에서만 얻을수 있었던 것처럼 모래행성 ‘아라키스’이하 ‘듄’에 사는 400m 가량의 모래벌레에게서 제한적으로 나온다. 모래속에 가루처럼 존재하기에 채굴에 많은 시간과 자원이 소모되고 모래벌레의 공격으로부터 모든것이 위협당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단 채굴이 완료되면 10g만으로도 좋은 집을 구매할수 있을정도로 상당히 이윤이 남는 도박성 장사이다.
공급은 까다롭지만 그 어마어마한 수요가 사회를 유지하는 용도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스파이스는 미래에 결코 빠질수 없는 요소가 되었다.
‘듄’세계관은 모든 국가와 모든 행성은 중앙 정부로부터 관리되고 유력한 다수의 귀족가문이 본인의 영지와 자산을 관리하며 이윤을 창출해내는 16~18세기의 대항해시대와 모습이 완벽하게 일치하는것을 볼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새로운 의문이 생길것이다. 과연 총과 대포, 미사일이 더욱 발전되었을 세계라면 제한된 무기로도 상대의 본거지를 한번에 날려버릴 기술력이 분명 있을텐데 현재와 같이 그 힘이 억제력이 되어 전투가 일어날수 없는 구조가 아닐지 설정오류를 의심할수밖에 없게된다.
이를 위해 허버트는 홀츠먼 입자를 창조해냈다. 일정 빠른 속도를 넘어서 운동하는 물체라면 모두 홀츠먼 입자를 통과하지 못하고 튕겨져 나간다는 성질을 가진 입자이다. 이 입자를 이용해 방어막을 형성한다면 총, 화살, 폭탄은 대상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이동속도가 느린 칼과 같은 경우는 홀츠먼 입자에 방해받지 않는다. 바로 이 입자가 존재한다는 설정덕분에 미래가 배경임에도 칼을 주로 사용하는 고전적 양식이 드러날수 있는것이다.
'듄'이라는 소설은 반세기전에 출간된 소설임에도 아직까지 그 오리지널리티를 지니고 있는 드문 매체중 하나이다. 미래를 배경으로 방대한 세계관을 펼져가면서 입체적인 각 인물들의 이해관을 서로 충돌시키며 타협하고 좌절하며 성장하게 만든다. 이번 첫번째 포스트는 듄 세계관의 전반적인 이해와 설정들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보았고 나머지 두번째 편에서는 캐릭터, 마지막 편에서는 듄이라는 매체의 확장을 다룰 예정이다.
많은 관심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