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이혼을 꿈꾼 여자
결혼을 쉽게, 이혼을 어렵게
난 참 결혼을 쉽게, 이혼을 어렵게 했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결혼을 어렵게 했다면 이혼은 쉽게 했을까?'
아마도 신중을 기하고 결혼을 어렵게 했다 하더라도 이혼은 더욱 어려웠을 것 같다.
원래부터 말이 통하지 않던 사람하고 이혼 합의점을 찾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나는 누군가와 소통을 진중하게 해 본 적도 없었고 세상에 대해 아는 것도 적었다. 그렇게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인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상대를 통찰할 수 없었다. 그렇게 기대하고 합의점을 타협하려는 시도만 4년째.
결국 그 사람의 융통성 높은 설득에 체념하고 포기하기를 반복.
다시 기대를 품고 노력한 횟수만 해도 셀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은 이혼할 생각이 없었으면서도 나에게 시간을 벌기 위해 합의서를 써주고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내가 순진했던 건지 아님 능력이 없어서 바보 같았던 건지 누가 보면 어떻게 4년이나 그렇게 반복을 했느냐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그렇게 고민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양육권을 가지고 오고 싶었으니 아이 둘을 책임질 나의 능력에도 겁이났고 두려웠다.
나는 세상에서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너무나도 작은 장님이었다.
내 인생의 앞을 볼수도 기대할 수 조차 없는 무능력자에 아이와 헤어지고 살고 싶지않은, 훌륭히 키우고 싶은 엄마로서의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신의 한 수인가. 남편 때문에 나 때문에 그저 심리를 알고 싶은 마음에 심리관련 도서를 모두 찾아보기 시작했다. 괴로움을 달래기 위해 읽어 두었던 내 선물.
뭐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것 같았던 순간들을 책과 싸웠다. 울고 자책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며 오로지 책밖에 나를 조용히 받아주며 공감해주는 존재는 없었다. 나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리고 가르침을 주었다. 혼자 깨달을때 까지 기다려 주더라. 책만큼은..
이 순간들이 결국 보이지 않는 힘이 되어 나는 달라져 있었다.
그 힘겨운 시간 동안 스스로 싸우며 강해 진 것이다.
그리고 결국 선물은 나에게 경제적 능력을 갖출수 있는 기회를 잡게 해주었다.
이혼이 어려운 이유는 홀로 독립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방법도, 차후의 미래에 대한 확신도, 환경 또한 한 몫 한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도 과감하게 이별을 감당해야 하고 서로 의지하던 경제적 도움 또한 끊어 내야 함으로.
당장 먹고살 자신이 없기 때문에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물론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도 고려해야 했고, 남들과 다른 가정환경에서 다른 각도의 시선을 경험해야 할 아이들의 성장 또한 내가 떠안고 가야 했다.
나는 이혼가정에서 커본적이 없기때문에 아이들이 어떤 경험을 할게 될지 느낄수 없었다.
이미 결정은 했기에 선택과 집중을 했다.
타인에게 흔들리지 않을수 있는 자존감과 더욱 나와 다른 사람의 상황을 이해 할수 있는 공감력을 그림책을 통해 간접경험시켜주는 것이 내가 선택한 최선이었다. 그 이상으로 내 자녀가 더 밝고 강하게 클 수 있도록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는 것도 것도 알았다.
그러나 그러한 문화적 문제를 따지기 전에 당장 내가 아이들과 함께 살 집이 필요했고, 생활비가 필요했다. 나는 아마도 이것이 이혼갈등에 부딪힌 부부들의 가장 큰 현실적인 고민거리 일거라 확신한다.
하지만 이혼후 8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면 미래에 대한 걱정은 그 시절 때의 걱정일 뿐
시간은 흐르게 되어있더라.
지금 걱정과 다르게 다 길은 생기기 마련이고
언젠가는 내가 바라는 대로 잘살게 된다는 거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타인과 세상의 기준점으로부터 겁을 먹고 얼마나 아파했던가.
지금 아이들은 누구보다 자존감도 안정적이고 사회적으로 학업, 친구관계가 원만하고 참 밝게 커나가고 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기대하고 믿는 만큼 커주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잘했다고 자부할수 있는건
내가 행복하려고 하였고, 나를 믿자고 다짐했고, 그렇게 행동했다.
지금은 전 남편과 나도 가끔 식사하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흔히 볼수 없는 이혼부부처럼 살고 있다.
또한 나의 모든 상황을 이해해 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도 있다.
독립해서 나만의 공간을 차리고 또 다른 사회적 여건을 준비 중이다.
물론 또 걱정을 한다면
아이들이 사춘기가 왔을 때
중고등학생 때 심리적 압박감에 대한 엄마의 역할에 부재가 있을까..
남자친구 부모님 등등..
나의 경제적 풍요,
장기적 나의 직업,
부모님과의 가족 간의 불화등을
떠올리면 한 치 앞이 안 보인다.
하지만 믿는다. 또다시 나를.
내가 내 인생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어떤 길이라도 가게 되어있다는 걸
그리고 그 목표점은 내가 결정한다는 걸.
그래서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습관을 버리고
지금 현재까지 이루어낸 내가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할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모두 건강하게 살아주고 있는 가족에게 감사한다.
매달 돈 벌어 살아가는데 빠듯해도
이렇게 살아갈 수 있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것이 바로 나의 한줄기 희망이고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감사하며 살아가기까지 36년이 걸렸지만
늘 유지하기 위해 독서, 강의, 명상은 꼭 하는 내 습관을 정말이지 가장 소중한 깨달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