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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일드 퍼플 Oct 13. 2022

잘 산다는 것은

내가 죽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

우리는 늘 불만족스러운 삶을 산다

사소한 화장실 가는 것조차도 조금만 더러우면 인상을 찌푸리기 쉽상이다

아침 점심 저녁 3끼를 먹으면서도 짜네, 다네, 싱겁네 맘에 안 든다


나는 가끔 큰 것을 무심하게 신경 쓰지 않고 놓칠 때가 있다

사람도, 돈도, 중요한 물건들도 잃어 손해를 본다


그러다 가끔 책 한 권 속 얄팍한 종이 한 장에 손가락 끝이 베이는 순간부터

피 한 방울도 안 나오는데 그렇게 쓰라리고 불편할 수가 없다

머리 감을 때 머리카락이 베인 상처 속으로 날카롭게 파고든다


몸뚱이에서 팔다리가 부러진 것도 아니고

피부의 가장 많은 부피를 차지하는 피층에 5미리도 안되는 상처가 난 것뿐인데 너무 아프다


그럴 때 나는 생각한다

소중하지 않은 것 하나하나가 없구나


작은 피층 세포가 아프다는 것이 느껴짐으로

이 세상 작고 무심했던 것이 귀하였다는 것을 알며 겸허해진다


내가 당장 죽게 된다면 나는 무엇을 가장 아까워할까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죽을 때도 같은 마음이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숨 쉬는 이 순간

함께 있는 사람들과 

나의 입술의 건조함을 달래주는 립글로스에게도 고마움을 느낄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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