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마지막날
오늘은 비가 왔다. 하루 종일 추적추적.
밖에 날씨가 안 좋을 때 따뜻하고 포근한 방안 침대에 누워있으면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행복하다. 거기다 옆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기라도 한다면(그렇지 않아도 좋긴 좋다.) 그 순간만큼은 지상낙원이라 부르고 싶을 만큼 행복해진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밖은 하루 종일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가 추적추적 내렸다가 알쏭달쏭 이리저리 비가 오는 그런 날이었다.
오늘 같은 날 출근을 해야 했다면 정말 기분이 구렸을 것이다. 지금 같은 기분에는 친구와의 약속이라도 폭파되길 기원하며 칼춤이라도 추었을 것이다. 피는 좀 났겠지만...
그런데 이런. 오늘은 공휴일이라 무려 월요일인데도 출근을 안 했다. 거기에 차가운 가을비까지 내리는 그런 날에 출근을 안 했다. 하늘에 계신 어떤 분이시여, 당신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감사합니다.
오후 4시가 지났다.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초조함이 나를 감쌌다. 나는 부피가 큰 사람이기에 나를 감싸려면 좀 양이 많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감쌌다. 이건 대단한 일이다.
왜일까. 왜 나는 이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초조함에 떨며 다리를 흔들고 있어야 할까.(나갈 복도 없는 복이 날아갈 텐데 말이다.)
그렇다. 토요일부터 월요일인 오늘까지 꼬박 3일을 쉬고 내일은 출근을 해야 하는 날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나는 초조함에 계속 다리를 떨었고 손을 물어뜯었으며 담배를 피워댔다.
그리고 피자를 시켰다. 오직 탄수화물만이 나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즐거웠다. '나 혼자 산다'의 전현무를 보며 피자를 뜯는 내 모습에서는 두려움과 초조함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1시간 후. 축제는 끝났다. 거대한 공연이 끝난 후 스타들이 갖는 허탈감이란 이런 것일까. 나는 다시 불안하고 두렵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어디에서 온 것이며 어디로 흘러가는 것인가. 나는 생각했다. '멘탈의 연금술'이란 책을 급하게 보며 나의 흘러내리는 뱃살 아니 흘러내리는 멘탈을 잡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직장이란 곳을 다니는 동안은, 아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그 순간들에는 이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초조함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멘탈의 연금술'은 말했다. 고통은 나를 성장시키며 고통의 임계점을 지나면 그 이후부터는 그렇게 많이 고통스럽지 않다고. 하지만 그건 월요병에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주말을 쉰 후 나는 여전히 초조하고 알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오늘도 그랬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나의 마음을 꼭 끌어안은 채 정확히 2시간 5분 후 잠을 청하려 한다. 잠이 쉽사리 들것인가는 장담할 수 없겠지만.
내일을 사는 모든 직장인들, 아니 생계유지를 위해 하루를 사는 모든 분들이여. 그 모든 분들에게 작게나마 위로를 보낸다. 나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