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린 하루

가을바람 무섭다.

by 관리비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나의 아침은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내밀고 자던 발바닥을 이불 안에 넣어놓기 시작하면서, 얇디얇은 여름이불을 치우고 두툼한 이불을 꺼내기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가을바람이 서늘하게 부는 새벽이면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따뜻한 침대에 몸을 비빈다.


그렇다고 안 일어날 수 있겠냐만은 지금 당장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불과 침대가 너무 따뜻하고 공기는 서늘하고 나의 몸은 따뜻한 것을 찾아 헤맨다는 게 문제다.

그렇게 일찍 출근해 독서를 하겠다는 나의 계획은 하나둘 처참히 무너졌다.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고 외치던 내 외마디만큼 아침 일찍 출근하는 날이 줄어들었다.


이렇게 가을바람이 아침마다 사람을 애태우더니, 이제는 오후에도 선선한 바람을 나부껴 사무실에 앉아있는 나에게 까지 공격하기 시작했다.


나는 오전에 회의를 하고 몇 개의 공문을 처리한 다음 점심시간에 운동을 하고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완벽해!) 그리고 오후 시간이 되자 자리에서 졸기 시작했다. 꾸벅꾸벅 오른손에는 마우스를 움켜쥐고 왼손은 턱을 괸 체 뒤에서 보면 자는 게 티 나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가지며 졸아대고 있었다.

옆팀 팀장님이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내 뒤를 지나갈 적엔 소스라치게 놀라는 심장을 부여잡고 침착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연출했다. 눈이 갑자기 떠져 모니터가 뱅글 돌았다. 그렇게 가을의 선선한 바람은 나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또 공격했다.


1시간여간의 전투가 진행되고 있을 때, 옆 선생님이 회의를 하자고 했다. 휴~드디어 나를 깨워줄 용사나 나타났구나. 신나는 발걸음으로 회의실에 앉았다.


논의하자던 사례는 심각했다. 식도암 4기. 만 60세의 남성분은 보호자도 형제도 부모도 없는 상태에서 의사가 말하길 임종을 준비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단다.

그에게 무엇을 해줘야 할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우리는 작은 머리를 맞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결론은 나와 있었다. 수순을 잘 따라가며 마지막 정리를 도와주는 것. 그것이 필요했을 거라 결론을 내렸다.


이야기하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 앞으로 보호자가 없는 상태에서 임종을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도 그들을 위한 어떤 사람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더 나아가 나는 자식도 없고 법적 배우자도 없는데, 그런 내가 나중에 홀로 죽음을 맞이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나는 거기에 대해 준비할 수 있을까.


혹자가 말했듯 회사는 망하고 나는 잘리고 결국에 죽는다고 했다. 무엇이든 끝이 있는 법. 30대 후반의 나도 어느 날 어느 순간 그렇게 마지막을 맞이할 것이란 생각이 들자 기분이 묘했다. 무작정 슬프지도 그렇다고 썩 유쾌하지도 않았다.


마지막이라는 것. 그것은 언제나 아쉬움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어디에나 존재하는 그것이기도 하다.

나의 가을바람 졸음은 이제 시작이다. 아니 이미 시작되었다. 그리고 겨울바람에 또 한 번, 봄바람에 또 한 번 그렇게 내 머리통은 살랑거리며 졸고 또 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졸음도 언젠가 끝이 있겠지. 어떤 것이든 마지막이 존재하는 것처럼.


내일은 좀 덜 졸기를. 오늘 너무 심하게 졸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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