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맛에 오늘도 아이들과 도서관에 갑니다.

갈 곳이라곤 그곳뿐

by 에스더


몇 달 만에 첫째가 도서관을 따라나섰다.


주말에도 평일과 똑같은 양의 공부를 시키는 애미이기 행여라도 독서시간 빼앗길까 무서워 늦추고 늦췄던 게임을 주말만 허용한 지 몇 달.


몇 년을 매주, 매일을 따라다녔던 첫째의 도서관 발걸음이 뚝 끊겼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오늘,

무슨 일인지 첫째가 도서관을 따라나선다.

'게임을 마다하고 도서관? 이게 웬 떡이야'


엄마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둘째의 회유에도

흔들림 없이 엄마와 재미없는 도서관으로 따라나선단다. 기특하고 신이 난 애미는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공원에 딸린 도서관에 도착하였지만

따스한 날씨에 우리 셋은

공원 카페에서 잠시 숨을 고르기로했다.


카페 벤치에 앉아 햇볕을 만끽했다.

지나가는 강아지들을 구경하고, 강아지 이야기 꽃을 한참 피웠다.

햇볕이 가장 높은 곳에 있을 시간에 강아지 이야기를 하며 시간이 흐르는 대로 숨을 고를 수 있다니..

업무와 집안일로 일분일초가 치열하고 전쟁터 같은 평일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여유다.

대단한 사치를 누리는것 마냥 행복했다.


6학년이 된 첫째와의 수다는 새삼 소중하다.


중요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급하지 않은 애미의 시선,

각자 털어놓고 싶었던 내면의 조각들을 서로 주고받으며 내일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아이와 나는 에너지를 충전받는다.


1시간이 넘는 수다가 끝나고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감싸는 도서관의 공기는 우리에게 집만큼이나 익숙하고 편안하다.


우리 옆자리에는 인도 부부가 앉아있다.

부인은 한글 동화책을 떠듬떠듬 읽어 내려가고,

남편은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나는 일기를 썼고,

둘째는 '꼬투리가 뭐야? 쏠쏠하다가 뭐야?'를 물으며 책에 빠져들었고,

첫째는 벽돌만 한 곤충백과사전을 탐독했다.




독서의 중요성을 말로 해줄 필요가 없다.


도서관으로 가는 정겨운 발걸음,

다급하지 않은 애미의 다정한 시선,

도서관을 들어가기 전 받았던 햇볕과 즐거웠던 수다, 맛있었던 간식들, 그날 책이 알려줬던 흥미로운 사실 몇 가지, 그리고 점잖게 앉아 독서를 하는 인도부부의 다정한 모습까지.


말이 아닌,

수많은 복합적인 기억들이

아이의 가치관을 조각하고 있다.


결국 아이는

가장 먼저, 가장 많이한 것를

잘하게 될 것이고 좋아하게 될것이니깐.


도서관 그리고 엄마와의 대화는

첫째에게 가장 오랫동안 가장 깊숙히 심어진 일상이기에 그 향수가 쉬 사라질리가 없을것이다.

5시 도서관 문을 닫으면,

우리는 교보문고에 문제집과 읽을책을 사러 가기로 했다. 신랑에게 받은 기프티콘으로 카페에서 비싼 음료와 케이크도 사 먹기로 했다.


도서관으로 오기 전,

아이들 배속에 집밥으로 두둑이 채웠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장조림, 계란찜, 어머님 생체, 구운김 그리고 냄비밥.




“평범한게 고급진 거예요” - 배우 고현정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함'이라는 사치를 잔뜩 부려서 황송했던 하루다.

서점 갈 생각에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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