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길은 평탄하지요?
"아이고 큰일 났네. 여기가 어디고..."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참이었다. 아내와 아이를 차에 먼저 태우고 나도 타려는 순간, 혼자 멀뚱히 서 계신 할머니께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말 좀 물읍시데이. 여기 놀이터가 어딘교?"
"네? 할머니? 이 근처에 놀이터는 없는데요."
할머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연신 아이고 아이고 하셨다.
"내가 길을 잘못 들어왔는갑다. 우야노..."
"할머니, 어디 가시는 길이세요?"
"집에 가는데, 새로 지은 아파트에 있는 놀이터, 그 놀이터 근처에 있는 oo빌라로 가야 되는데..."
"oo빌라요?"
"예.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데이. 아이고 우야꼬 참말로."
좀 더 자세히 여쭤보니 우리 교회 동네 분이 아니셨다. 멀리 있는 교회에 다녀오시는 길이었고, 버스를 세 정거장 정도 일찍 잘못 내리신 것 같았다. 다행히 살고 계시는 빌라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셨고, 지도를 검색해서 사진을 보여드리니 그곳이 맞다고 하셨다. 차를 타고 가면 10분 정도 걸리는 곳이라서, 내가 태워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세상이 흉흉해서 요즘은 모르는 사람을 차에 태우면 안 된다고들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천국에 계신, 나를 키워주신 사랑하는 우리 할매. 할매 생각이 나서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여보, 저기 할머니께서 길을 잃었다고 하시거든. 우리가 좀 태워드리자. 댁이 여기서 많이 멀진 않아."
"어어? 어, 알겠어."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였지만 별 수 없었다. 뒷자리 아이 옆에 앉으신 할머니께서는 고맙다고, 미안하고 또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지도를 따라가다 보니 할머니가 살고 계시는 빌라에 다다랐는데, 정말 새로 지은 아파트에 딸린 놀이터가 있었다.
"할머니, 진짜 저기 놀이터 있네요. 저기 맞지요?"
"맞네요. 아이고 이거 미안해가 우야노. 고맙습니데이."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앞으로 또 이러실 수 있으니까 택시 타고 다니세요 할머니."
시장에 잠깐 갔다가 금방 오신다고 했는데, 도착했어야 할 시간이 한참 지나도 할매는 오지 않았다. 핸드폰은 당연히 없던 시절이라, 걱정되는 마음에 골목으로 나가서 앉아 있었다. 골목이 시작되는 내리막 끝에서 할매 얼굴이 얼른 보이길 기다리면서 하염없이 앉아 있었다. 그때 내 나이 고작 열 살이었다.
"할매! 왜 이렇게 늦게 왔노. 걱정했잖아."
"야야, 내 인자 죽을 때가 다 됐는갑다. 시장 갔다 오는 길을 잘못 들어가꼬, 한참 돌아서 인자 왔다. 아이고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데이. 니 대학 가는 거는 보고 죽어야 되는데..."
"무슨, 무슨 그런 소리를 하노! 빨리 들어가자.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