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부모는 농사꾼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

by Mount Zion

재 너머 첫 동네, 해발 400미터에 자리 잡은 우리 시골 마을은 하루에 버스가 딱 세 번 다니는 산골이다. 아직도 해가 질 때면 곳곳에 있는 굴뚝에서 저녁 짓는 연기가 올라오는 곳. 마을을 가로지르는 시냇물에는 종이배를 띄우고 졸졸 따라가던 나의 어린 시절이 흐르고, 나지막한 뒷산에는 함박눈 오던 날 동네 형들과 비료 포대를 깔고 눈썰매를 타던 30여 년 전 사진 속 모습이 그대로 되살아나는 곳이다.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귀농을 많이 한다는데 우리 마을은 그런 사람도 한 명 없어서, 일흔 넘은 엄마가 여전히 '새댁이'로 불리는 놀라운 곳이기도 하다.


7세 아이를 데리고 시골로 가는 길은 꽤 설렌다.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손주를 부모님께 데려가는 것만으로도 효도하는 것 같아서가 첫째 이유이고, 원래 촌놈이라서 그런지 시골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평안해지는 나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온 가족이 모여 겨우내 묵혀뒀던 사과밭 일을 도왔다. 제법 컸다고 졸졸 따라다니며 자기도 한몫 거들겠다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이 아이가 우리 가족에게 가져다주는 행복의 크기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배우는 것은 또 얼마나 많을까?

가족들이 하나의 목표를 두고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같이 땀 흘리며 웃기도 하고 맛있는 참도 먹고 결국에는 값진 수확물도 얻는다. 캠핑, 키즈카페, 놀이공원, 숲놀이터를 백날 데려가도 얻을 수 없는 귀한 것들을 맛보게 해 줄 수 있어 감사하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할미할비가 있으면 이렇게나 좋은 게 많다.



나의 유년 시절.

농사꾼 부모가 너무나 부끄러워, 너희 엄마아빠는 무슨 일 하냐고 묻던 친구의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던작은 아이의 마음을 위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