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사라지고, '훌륭한 질문'은 살아남는다.
"아들, 너는 어른이 되면 어떤 직업을 갖고 싶어?"
"음... 동물 사육사가 되고 싶기도 하고 가끔은 과학자가 되고 싶기도 해!"
"그런데 미안하지만 대부분의 직업은 AI로 대체될 거야."
라고 말해주지는 못했다. 왜냐고?
"아빠 그럼 난 어른이 되면 뭘 해야 해?"
라고 물으면 딱히 해줄 말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판교의 일부 IT기업에서는 5개월 간 신입사원을 뽑지 않았다. AI가 그들의 일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회계사 시험에 붙은 신입들도 일자리가 없다고 한다. AI가 그들이 할 일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송에 휘말린 한 아주머니께서 변호사를 고용할 돈이 없어 유료 챗GPT 한 달 결제 후 이를 활용해 재판에서 승소를 한 사례도 있다. 그 과정에서 모든 문서는 AI가 작성해줬다고 한다. 연예인 노홍철은 촬영장 없이 광고를 찍었다고 하고, 배우들 없이 오직 AI로만 영화를 만들 수도 있다.
불과 2~3년 만에 세상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인류에게 '전기'가 처음 보급되었던 시절만큼의 충격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까지는 생각을 못하고 살았는데, 우리 아들이 나중에 커서 할 일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 솔직히 내 앞길도 순탄하지는 않겠다 싶어 - 관심이 생겨서 이것저것 찾아보았다. 현실은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본능적으로 받아들였다.
뭔가 오고 있으니, 저항하지 말고 그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
AI는 인간의 적이 아니라 동반자라고 생각하는 편이 맞겠다. 이제는 누가 AI를 더 잘 활용할 것인가의 싸움이다. AI를 잘 활용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누가 AI에게 더 '훌륭한 질문'을 할 수 있냐는 문제이다. 질문의 수준이 그 사람의 실력인 시대가 왔다. 그럼 어떻게 해야 질문을 잘할 수 있을까?
IT 전문가인 박태웅 의장님은 "AI시대는 교양의 화려한 복권"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나아가 '독해'력을 너머 '문해'력을 길러야 한다. AI시대 문해력(Literacy)이란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아니라 AI와 얼마나 생산적으로 대화하고 그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다행인 건, 2026년 1월 23일 '독서국가 선포식 및 독서국가 추진위원회 출범'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디 먼 유럽이 아닌 대한민국의 이야기이다. 앞으로는 독서 유치원과 독서 중점 학교(초등), 독서 학기제(중등) 등이 현실에서 펼쳐질 예정이다(우리 아이를 위해 영어유치원과 독서유치원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고민하지 않고 후자를 고르겠다). 선포식의 기저에는 "인간에게 남는 고유한 경쟁력은 깊이 읽고 토론하는 능력(문해력)"이라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고 한다. OECD 국가 중 출산율 꼴찌, 전 세계가 걱정하는 나라에서 희망을 발견하기는 참으로 오랜만이다.
다행히 우리 아들에게도 희망이 있다.
아기 때부터 책육아를 했던 아내의 깊은 헌신 덕분이다. 제 딴에는 이제 8살이 되었다고 초등 독서평설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니, '동물 사육사'나 '과학자'는 잘 모르겠지만 AI와 대화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3월이 되면 육아휴직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간다.
어떻게 국어 수업을 구성하면 아이들의 '문해력'이 길러질까 고민하느라 머리가 복잡하다. 좀 더 생각하게 만들고, 질문하게 만들고, 읽고, 쓰고 또 고치고, 말하고 토론하도록 만들고 싶다. 우리의 동반자 AI와 함께 말이다. 그래서 내 수업을 듣는 모두를 훌륭한 대학에 보낼 수는 없지만, 훌륭한 질문을 할 수 있는 학생들로 키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