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클라리넷이야기 16편-조용한 학원에 도착한 편지 한

예상하지 못한 소식

by 문석환

2007년 초, 학원은 여전히 조용했다.


아침에 문을 열어도, 저녁이 되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때의 나는 ‘잘해보자’보다는


‘오늘 하루만 무사히 넘기자’를 더 많이 생각했다.


문의는 종종 들어왔지만


레슨을 받으러 오기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듯 시간을 보내던 중,


학원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이건 뭐지…?’


봉투를 열어보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학원, 교습소를 운영하는 사람은


다음 해부터 사업장 현황 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전년도 수입에 대한 보고였다.


‘학원도 안 되는데… 세금이라니.’


인터넷을 뒤져봐도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고,


결국 세무서를 직접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길게 늘어선 줄 앞에서 한참을 기다린 뒤


내 차례가 되어 상황을 설명했다.


“교습소를 연 지 얼마 안 됐는데… 이게 와서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직원분은 말없이 계산을 하더니


종이를 한 장 내밀었다.


수입이 거의 없어 오히려 환급 대상이라는 내용이었다.


안도해야 하는 건지, 씁쓸해야 하는 건지


묘한 기분으로 학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늘 그렇듯 숨이 턱 막혔다.


시간표를 보니 더 그랬다.


월요일 밤 9시,


수요일 저녁 7시,


목요일 오후 5시,


금요일 오후 5시.


토요일 오전 9시



총 다섯 시간.


다음 카페 회원 수는 제법 있었지만


실제로 레슨을 받는 학생은 다섯 명 남짓이었다.


그 무렵, 학원에는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인연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밤 9시에 레슨을 받으시던 홍상혁 님도 그중 한 분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훗날 가족 다섯 명이 모두 레슨을 받게 되면서


아주 오랜 인연으로 이어지게 된다.


송희연 님도 잊을 수 없다.


레슨이 끝날 때마다


항상 작은 마술을 하나씩 보여주셨다.


학원에서 웃음이 사라질 때쯤,


그 짧은 마술 한 번이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곤 했다.


조용만 교수님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잠깐 배우다 가실 거라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학원에 늘 계신 분이 되어 있었다.


그때는 전혀 몰랐다.


이 인연이 10년을 훌쩍 넘길 줄은.


그리고 어느 날,


다음 카페 메일함에 낯선 메일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


보낸 사람은 천영국 교수님이었다.


“미국에서 조금 배우다가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다른 곳에서 배우고 있었는데


우연히 전단지에 적힌 메일을 보고 연락드립니다.”


기뻤지만, 솔직히 걱정이 먼저 들었다.


‘얼마나 배우다 가실까…’


그 인연이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이어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좋은 만남들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았다.


학생 수는 거의 늘지 않았고


생활은 여전히 빠듯했다.


열심히 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매일같이 몸으로 느끼던 시기였다.


피 말리는 고민 끝에


그해 6월쯤,


이제 정말 학원을 접어야 하나 생각하며


관리사무소로 향하려던 순간—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