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클라리넷이야기 29편-완벽하다고 믿었던 날

그날,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by 문석환

2012년 초


나는 내가 다시 제자리에 돌아온 줄 알았다.


학생은 늘어났고, 연주회는 커지고 있었고,


주변에서는 이제 괜찮아졌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그 말을


조금씩 믿어도 될 것 같았다.


어느 날 레슨을 하던 중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클라리넷 개인 레슨 배우고 싶어서요.”


“네.”


“오늘 오후에 들려도 될까요?”


“그럼요.”


몇 시간 뒤,


아주 조용하게 한 학생이 학원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학생이


훗날 한예종을 졸업하고


지금은 원주시향 수석이 될 거라는 걸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다만,


첫소리를 듣는 순간


‘아, 이 아이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성호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다른 학생들의 실력도 나날이 발전했고,


학생 수는 드디어 40명을 넘어섰다.


‘이제 나도 성공한 거겠지.’



나는 또다시 자만에 빠지고 말았다.


전공생도 가장 많았던 시기였고,


하루하루 꽉 찬 스케줄표를 보며


기분 좋은 나날이 이어졌다.



그해 정기연주회는 여름에 열기로 했다.


방문 레슨을 마치고 우연히 들른


학원 근처 상가 5층에서


‘반포아트홀’이라는 공연장을 알게 되었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이라 시설도 깔끔했고,


약 100석 규모였다.



‘가격은 좀 비싸지만,


이 정도 학생 수라면


큰 홀에서 해야지.’


그렇게 날짜를 잡고 바로 계약을 했다.


2012년 여름은


런던 올림픽과 맞물려 있었다.


새벽까지 응원하고


졸린 눈을 비비며 레슨을 했지만,


연주회 준비와 많은 인원의 참여 덕분에


마음만은 풍족했다.


욕심이 더해졌다.



대부분의 곡을 클래식으로 구성했고,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짰다.


학생들 역시


연주회를 앞둔 설렘이 느껴졌고,


성인분들도 들뜬 표정이었다.


프로그램, 반주 음원,


모든 준비는 끝나 있었다.


아니,


완벽하다고 믿었다.



연주회 당일,


전날 올림픽 축구 응원으로 몸은 피곤했지만


연주홀로 향하는 발걸음은


유난히 가벼웠다.


앞으로 벌어질 일은,


전혀 알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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