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클라리넷이야기 33편-가르 수 있을까, 가르쳐도 될까

누군가의 시간을 맡는다는 것

by 문석환

그 연주회 이후로


나는 음악을 다시 가르치기 시작했다.


거창한 각오나 사명감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냥, 누군가를 또 한 번 믿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어쩌면, 나 자신도 다시 믿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 무렵, 한 학생을 만났다.



어느 날 학원에 있는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문의 좀 드리려고요.”


오랜만에 걸려온 문의 전화였다.


“저희 아이가 사실 발달장애가 있어요.


혹시 그런 아이를 가르쳐보신 적 있으신가요?”


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아니요.”


“아, 그럼 힘드시겠네요.”



전화를 끊어야 하나 망설이던 순간,


입에서 먼저 말이 나왔다.


“혹시 괜찮으시면 아이와 한 번 방문해 보시겠어요?”


“네, 그럼 지금 가도 될까요?”


“네.”


전화를 끊자마자 후회가 밀려왔다.


‘못 가르치면 어쩌지?’


‘괜히 아이 인생을 망치는 건 아닐까?’



그렇게 걱정하고 있는데,


학생과 어머니가 학원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학생은 환하게 웃고 있었고,


눈빛은 유난히 반짝였다.


하지만 의사소통은 거의 되지 않았다.


학교 방과 후 수업으로 악기를 배워서


소리는 제법 냈지만,


틀린 부분이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다.


30분 정도가 흘렀을 때였다.



아주 미세하지만,


소리가 조금 좋아진 것이 느껴졌다.


어머니도 그 변화를 느끼셨는지


바로 등록을 하고 돌아가셨다.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 반 레슨.


기쁨보다는 걱정이 더 컸다.


처음 몇 달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소통이 되지 않다 보니


레슨은 늘 제자리걸음 같았다.



한 달, 두 달,


세 달… 여섯 달이 지나도


눈에 띄는 변화는 거의 없었다.


‘이제 그만해야 하나.’


어머니께 솔직히 말씀드려야겠다고 마음먹던 즈음,


학교에서 부르는 가요 한 곡을 연습시키게 됐다.


박자가 틀어져도, 음이 어긋나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반주 MR을 아무 생각 없이 틀어놓고


그냥 연주해보게 했다.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단 한 번도 틀리지 않고


정확한 박자로,


거기에 감정까지 실어 연주를 해낸 것이다.


그때 깨달았다.


‘아, 이 아이는 천재구나.’


그 이후로는


곡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항상 반주와 함께 연습했다.


콩쿠르를 준비할 때는


윤준이와 함께 몇 시간씩 붙어서 연습을 시켰고,


결국 좋은 성적으로 입상했다.



기뻤다.


하지만 동시에


언젠가는 이 아이도


다른 전공 학생들처럼 떠나보내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그 학생은


연주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아이를 가르치며


처음으로 ‘레슨’이라는 것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레슨에 대해 계속 연구하고 있다.


그때 마음속에 새긴 문장이 있다.


레슨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업이라는 것.



작가의 이전글문클라리넷이야기 29편-완벽하다고 믿었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