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클라리넷이야기 35편 -국립외교원에서의 10분

짧았지만 오래 남은 시간

by 문석환


2014년이 시작될 무렵


나는 학원 안에서 가장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루에 쉰 명은 아니었지만,


일주일에 쉰 명의 얼굴을


꾸준히 마주하고 있었다.


아이부터 성인까지,


전공과 취미를 가리지 않고


레슨표는 늘 빠듯하게 채워져 있었다.



바쁘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그만큼


조심해야 했고,


집중해야 했고,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써야 했다.


그 시기에


뜻밖의 연락 하나가 들어왔다.


국립외교원 리더십 과정에서


클라리넷 수업을 맡아줄 수 있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전화를 끊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내가 그 자리에 가도 될까?’


‘학원 밖에서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학원 안에서는


이제 조금 숨을 고를 수 있게 되었지만,


밖으로 나가는 건


여전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도


일단 부딪혀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제안을 수락했다.



고위 공무원 48명이


몇 개월 동안


양재동에 위치한 국립외교원에서


교육을 받는 과정이었다.


그 안에 클럽 활동이 있었고,


이번에 클라리넷 반을


새로 만들려는 계획이었다.



며칠 뒤,


외교원에서 보낸 메일을 보는 순간


식은땀이 났다.


“2월 18일(14:50~16:00)


교육생들에게 약 10분 정도


클럽 활동 안내를 부탁드립니다.


교육생은 48명이며,


지원자가 7명 미만일 경우


개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7명 미만이면 어쩌지…’


걱정이 앞섰지만,


일단 클라리넷이라는 악기를


제대로 알려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2014년 2월 18일이 밝았다.


아침부터 긴장을 했는지


속이 아팠고,


얼굴도 많이 초췌했다.


오전에 학원 수업이 있어


정장을 차려입고


학원으로 향했다.



레슨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지만


겨우 마치고,


점심도 거른 채


국립외교원으로 향했다.


출입증을 받아


대기실로 걸어가는데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대기실에는


기타반, 서예반 등


다른 클럽 활동 선생님들이


이미 와 있었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반들 사이에서


나는


괜히 더 소심해졌다.


시간이 되어


조금 넓은 강당으로 들어갔다.


48명이 모인 자리.


표정들은 하나같이 근엄했다.


내 순서는 두 번째였다.


앞선 기타반 선생님은


너무 자연스럽게 진행을 했다.



그때부터


팔다리가 후들거렸다.


내 차례가 되자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정신 차리자.


클라리넷 활성화만 생각하자.’


하지만


막상 앞에 서자


준비한 말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 안녕하십니까.


저는 95학번… 아니,


클라리넷 전공… 아니,


클라리넷 학원을 운영 중인


문석환입니다.”



순간


강당에 웃음이 터졌다.


“긴장하지 마세요.”


그 말에


조금 숨이 트였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준비한 이야기를 차근차근 이어갔다.


짧게 연주도 하며


분위기를 풀었다.



몇몇 분들이


관심을 보이긴 했지만,


솔직히


7명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며칠 뒤


연락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


학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월 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전화가 왔다.


“선생님,


10분이 신청하셨어요.


3월부터 나오시면 됩니다.”


전화를 끊고


기뻤다.


정말 기뻤다.


하지만 곧


다른 생각이 따라왔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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