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클라리넷이야기 39편- 겨우, 그 자리에 있었다

그래도 떠나지 않았다는 것

by 문석환

성호의 합격 소식이 남긴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시간은 자연스럽게 2016년으로 넘어갔다.


겉으로 보기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식으로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내 안에서는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학생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고


나는 그 변화를 애써 외면하려 했다.


괜찮다고, 다시 돌아올 거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하지만 마음은 좀처럼 따라주지 않았다.



그 해 나는 많이 말랐다.


거울 속 얼굴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레슨을 마치고 나면


이유 없이 숨이 가빠졌고,


어느 날은 의자에 앉아 있다가


그대로 주저앉은 적도 있었다.


병원에서는 과로와 스트레스라는


익숙한 말만 돌아왔다.



그래도 학원을 닫지는 않았다.


의욕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 자리를 비워버리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잘하고 있다는 확신은 없었지만


그냥, 계속 열어두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정기연주회와 송년연주회도


그 해 역시 ‘겨우’ 치러냈다.


성인반 연주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예전처럼 설레며 준비하지는 못했지만


형식만큼은 지키고 싶었다.


그마저 놓아버리면


정말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그 시기의 나는


앞을 보고 걷고 있었다기보다는


그 자리에 서서


쓰러지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었던 것 같다.



하루를 버티는 것이 목표였고,


내일을 기대하는 마음은


잠시 접어둔 상태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가장 낮은 지점에서


새로운 인연들이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 인연들은


내가 다시 음악을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을


조심스럽게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흐름은


이듬해,


예상하지 못한 만남과 함께


조금씩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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