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클라리넷이야기 43편- 결과가 말해주던 해. 하지만

모든 것이 잘 흘러가고 있었다

by 문석환

그해에는 기분 좋은 결과들이 하나둘씩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반가웠던 소식은,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해 온 세중이의 군악대 합격이었다.


​세중이는 그해 초부터 레슨을 다시 시작했다.


이미 대학교를 졸업한 상태였고, 목표는 오직 하나—군악대 합격이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레슨을 하고, 매일같이 연습했다.


군악대 시험은 실력만큼이나 운도 따라줘야 했기에,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1악장을 시험곡으로 정하고


스케일, 초견, 실전 연습을 반복했다.



연주 무대에도 세워 실제 시험처럼 긴장감을 익히게 했다.


지원한 군악대는 전공생들도 함께 시험을 보는 곳이라 경쟁이 치열했지만,


세중이는 꾸준히 실력을 끌어올렸다.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히 합격권에 근접해 있었다.



시험 전날, 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세중아, 잘할 수 있지? 혹시 안 되더라도 너무 상처받지 말고.”


“네… 근데 꼭 되고 싶어요.”


나도 겉으로는 담담했지만, 마음속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했다.


시험 당일, 전화가 걸려왔다.


“선생님, 큰 실수 없이 잘 쳤어요.”


“그래, 고생했어. 발표는?”


“며칠 뒤에 나온대요.”


그 뒤로 며칠 동안 아무 소식이 없어서


나는 속으로 ‘아… 떨어졌나 보다’ 하고 마음을 접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레슨 중에 문자 하나가 왔다.


‘선생님, 저 합격했어요. 감사합니다.’


그 순간의 기쁨과 벅참은 아직도 생생하다.


마치 내가 합격한 것처럼, 아니 그보다 더 기뻤다.



그 무렵 또 한 명의 학생이 실용음악과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준비 기간은 두 달 남짓.


짧은 시간 안에 실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실용음악과 입시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어서 나도 막막했다.



여기저기 알아본 끝에


재즈곡 MR 반주와 학교별로 요구되는 클래식 자유곡 한 곡을 준비하기로 했다.


학생의 수준에 맞는 곡을 골라 집중적으로 연습시켰다.


결과는 놀라웠다.


무려 네 개 학교에 합격했다.



그때 나는 속으로 외쳤다.


‘이제 됐다. 드디어 내가 가고 싶었던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해 송년연주회에서는


지금까지 학원의 연주회들을 모은 영상을 만들어


윤준이와 함께 무대 뒤에서 연주를 했다.


연주 도중, 문득 울컥했지만


그건 슬픔이 아니라 기쁨의 눈물이었다.



연주가 끝난 뒤, 나는 처음으로


관객들로부터 진심 어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2019년의 마지막 날 밤,


집 베란다에 나와 하늘을 올려다봤다.


공기는 차가웠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따뜻했다.



그리고 2020년 초.


레슨 문의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전화는 매일같이 울렸고,


시간이 맞지 않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다.


하루에 일곱 명이 레슨 문의를 한 날도 있었다.


‘이거 큰일이네… 선생님을 더 구해야겠다.’


나는 매일매일 기분 좋은 고민 속에 빠져 있었다.


몇 날 뒤 다가올 거대한 재앙을 알지 못한 채,


그저 그 순간의 행복에 흠뻑 취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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