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클라리넷이야기 44 -하루 열세 시간 레슨 하던날들이

아무 예고 없이, 모든 것이 멈췄다

by 문석환


2020년 1월부터 나는 진짜 바쁜 하루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하루에 많을 때는 열세 시간씩 레슨을 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그해 신년연주회를 구상 중이었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참여하겠다고 해서


조금 큰 홀을 알아보고 있던 시기였다.



그렇게 매일을 기분 좋게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친하게 지내던 후배인 송바이올린 원장 재화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 형네 학원은 좀 어때요?”


“왜? 무슨 일 있어?”


“뉴스 요즘 안 봐요? 중국에서 우한폐렴이 전염병으로 번지고 있대요.”


“아 그래? 금방 끝나지 않을까? 신종플루나 메르스도 겪었잖아. 금방 지나갈 거야.”


전화를 끊고 검색을 해보긴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심각하게 번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별일 아니겠거니 하며 다시 레슨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3월이 되자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주 강력한 집합금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모임을 되도록 자제하라는 분위기였다.


‘학원에는 큰 타격은 없겠지’라고 생각하며 레슨을 하고 있는데


문자가 계속 울렸다.



“선생님, 요즘 우한폐렴이 번지고 있어서 상황 좀 보고 다시 할게요.”


“선생님, 레슨 몇 번 남았죠? 관악기라서요… 환불 부탁드릴게요.”


취소 문자가 하나둘 도착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몇몇 학부모님들만 보낸 터라


마음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조금 괜찮아지면 다시 오시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날부터 취소는 눈에 띄게 늘어났고,


환불을 계속해 주는 상황이 되자 그제야 현실로 다가왔다.


온라인 레슨을 하겠다는 학생들이 몇 명 있어


아무런 준비도, 방법도 모른 채 온라인 레슨을 시작했다.



하지만 관악기를 온라인으로 지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고,


열심히는 했지만 학생들의 만족도는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한 달을 넘기지 못한 채 모두 그만두게 되었다.



하루 종일 레슨으로 빽빽하던 스케줄표는


어느 날 보니 거의 텅 비어 있었다.


하루는 늦게 레슨이 잡혀서


밤시간에 출근을 해 학원에 앉아 있었다.


두 명 레슨을 연이어 잡아둔 날이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두 분 모두 취소 문자를 보내셨다.



학원 불을 끄고 어두운 공간에 혼자 앉아 있었다.


의자에 앉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많은 생각에 잠겼다.



그날 나는 악기를 조립해 혼자


‘You Raise Me Up’을 연주하며


답답한 마음을 버티고 있었다.


그렇게 어린 학생들은 모두 그만두었고,


남아 있던 성인반 분들도 많이 줄어든 상황이 되었다.


당연히 준비 중이던 신년연주회 역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남아 계신 학생분들을 위해


학원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하면 이 시간을 버텨낼 수 있을지,


남아 계신 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매일같이 고민했다.


하지만 현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 같았고,


나는 점점 지쳐가고, 고립되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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