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클라리넷이야기 45편-멈출 수 없었던 연주,

억지로라도 이어가야 했던 시간

by 문석환

그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던 시간에도,


연주는 멈출 수 없었다.


예전처럼 모여 연주하기는 힘든 상황이었고,


나는 다른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송바이올린 원장인 재화와 자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연주를 계속할 수 있는 방법,


학생들에게 무대를 완전히 잃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같은 방향으로 모였다.



결국,


바이올린 학생 한 분과


우리 학원 학생 몇 분만 참여하는


소규모 앙상블 연주회를 기획하게 되었다.


클라리넷 세 명, 바이올린 한 명.


네 명이 함께 무대에 서기로 하고 연습을 시작했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불안의 연속이었다.


방역 수칙을 지키며 연습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연습 전에는 발열 체크를 했고,


혹시라도 컨디션이 이상하지는 않은지


서로를 먼저 살피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그럼에도 학생분들은 묵묵히 따라와 주셨다.


조심스럽지만 성실하게,


그렇게 연습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연주 일정은 7월 4일로 잡았지만,


홀 대관이라는 또 하나의 큰 숙제가 남아 있었다.



그때 재화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 서초동 쪽에 브라움홀이라고 있는데


가격도 괜찮고 규모도 우리한테 딱 맞을 것 같아요.”


전화를 끊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집합 제한이 다시 걸리면


연주회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뉴스 기사를 확인하며 마음을 졸였다.



그렇게 피를 말리던 시간들이 지나고,


드디어 7월 4일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그동안의 스트레스 때문인지


몸은 유난히 무겁고 어지러웠지만,


연주회를 열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연주홀로 향했다.



연주홀에 도착하니


이미 연주자들은 도착해 있었고,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리허설을 시작했다.


분위기는 예상보다 훨씬 밝았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 무대에 설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예전 연주회에서는


‘실수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먼저였다면,


이번 연주회는


‘이렇게라도 연주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라는


안도감과 감사함이 더 컸다.


본 연주회에서도


모든 분들이 훌륭하게 연주해 주셨다.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다음 연주회에서 또 만나자”는 약속을 나누고


각자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이 쓸쓸했다.


안도감 뒤에 찾아온 허탈함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그 순간,


또 다른 계획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번 달부터는


우리 학생분들 정기연주회를


두세 분씩 나눠서 매주 진행해 보자.’


성인 학생분들의 반응은


그때는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그저


‘이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돼서


다시 다 함께 무대에 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그 기도와는 다르게,


앞으로 더 큰 시련이


조용히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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