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클라리넷이야기 46편-버티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던

그걸로도 충분했다

by 문석환

연주회가 끝났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연주를 멈추지 않기로 했다.



일단 레슨을 받고 계신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별로 호응이 없을 거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대부분이 “너무 좋다”는 반응을 주셨다.


당시 레슨을 받고 계신 분은 열다섯 분 정도였고,


그중 열한 분이 연주회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두 명, 세 명, 많게는 네 명씩 팀을 나눠


약 4주에 걸친 작은 정기연주회를 기획하게 되었다.


솔로곡은 두 곡씩 준비했고,


두 분이 함께하는 날에는 듀엣곡도 함께 준비했다.


7월 18일부터 매주, 브라움홀에서 연주회를 여는 것으로


대관 신청을 마쳤다.



하지만 준비 과정은 쉽지 않았다.


매일같이 뉴스를 확인하며


수시로 바뀌는 집합 제한에 맞춰


계획을 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7월 18일, 첫 번째 팀의 연주를 시작으로


8월 29일이 되어서야


모든 정기연주회를 마칠 수 있었다.



매번 연주회가 열릴 때마다 긴장했지만,


모두가 즐겁게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


연주가 끝난 뒤,


간단한 뒤풀이 자리에서


성인 수강생 한 분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이 어려운 시기에도 연주회를 열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옆에 있겠습니다.


힘내세요.”



순간,


감사함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났다.


‘잘 버텨내자.


그리고 이분들을


절대 실망시키지 말자.’


그렇게 다짐하며


연주회 뒤풀이 자리를 마쳤다.



다음 날이었다.


힘을 내서 레슨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학원을 나서던 순간,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선생님,


아무래도 코로나에 걸린 것 같아요.


당분간 레슨을 못 받을 것 같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빨리 나으세요”라는 답장을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은 그분 한 분만 레슨이 있는 날이었다.


학원에 가도 할 일이 없었다.



오후 세 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문자가 계속 울리기 시작했다.


확인해 보니 레슨 문의 문자였다.


그것도 스무 통이 넘게 와 있었다.


너무 기뻐서 답장을 하려는 순간,


핸드폰이 갑자기 먹통이 됐다.


“왜 이래… 안 돼!”


소리를 지르는 순간,


잠에서 깼다.


꿈이었다.



핸드폰을 보니


저녁 아홉 시였다.


그 사이 실제로 온 문자가 몇 통 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메시지를 열어보는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선생님,


아무래도 불안해서


레슨을 잠시 쉬어야 할 것 같아요.”


비슷한 내용의 문자가


열 통 가까이 와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면서도


마음은 많이 상했다.


그렇게 레슨을 받으시는 분은


네 분 정도만 남게 되었다.


그분들마저 언제 상황이 바뀔지 몰라


걱정이 컸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 다짐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분들마저 하나둘


레슨을 취소하게 되면서


나는 거의 집에만 머물게 되었다.


그렇게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터에서


하루하루 살아서 버티는 것,


그것이


그 시기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내가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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