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클라리넷이야기 47편 -그때는 몰랐다,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았다

by 문석환

그렇게 끝이 보이지 않는 시간을 보내던 중,


9월 초, 나는 잠시 학원을 쉬기로 했다.


고작 나흘이었다.



몸도 마음도 더는 버티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문을 닫고 숨을 고르기로 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학원을 닫아둔 그 며칠 사이에도


레슨 문의는 계속 들어왔다.



“선생님, 혹시 지금은 안 되나요?”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열까요?”


문을 닫아두고도


전화와 문자를 확인할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흔들렸다.


‘아… 아직 완전히 끝난 건 아니구나.’


휴원이 끝나고 다시 문을 열었을 때,


몇 분이 새로 등록을 하셨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기뻤다.


아직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게 그 시기엔


생각보다 큰 희망이었다.


조심스럽게 다시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예전처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버텨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이었다.



하지만 12월,


학원으로 가려는데 재화가 전화가 왔다.


"형 형네 학원 괜찮아요?? 뉴스에서 방금 관악기교습 금지라는 지침이 나와서 걱정돼서요"


"진짜?? 전혀 몰랐는데..."


"기사 한번 봐봐요"


학원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떨리는 손으로 뉴스를 확인했다.



'관악기·성악 교습소 운영 금지.


단, 입시생만 가능.'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입시생만 가능하다는 말은,


사실상 나에게는


‘문을 닫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학원에 남아 있던 분들은


대부분 성인 취미반이었다.



그분들에게는


더 이상 레슨을 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날 학원에 앉아


한참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번엔 정말 끝인가…’


그 생각이


처음으로 현실처럼 느껴졌다.



작가의 이전글문클라리넷이야기 46편-버티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