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클라리넷이야기 48편-폐업을 결심하던 날,

마음을 접으려던 순간에

by 문석환

관악기 교습 금지라는 문장을 마주한 뒤,

나는 결국 학원 문을 닫았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거의 석 달이었다.



이상하게도

처음 일주일은 오히려 괜찮았다.

늦잠을 자고,

평일 낮에 영화를 보고,

서점에 들러 책을 뒤적이고,

운동을 하고,

아무 목적 없이 차를 몰고 나가기도 했다.



‘아, 나도 이렇게 살아도 되는 사람이었구나.’

그동안 너무 달려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은 잠시 편안해졌다.

하지만 그건 정말 딱,

일주일이었다.



둘째 주가 되자

마음이 서서히 다른 방향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하루가

자유가 아니라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나는 지금 뭘 하고 있지?’

‘이대로 정말 끝나는 건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불안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민간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음악심리상담사,

SNS 마케팅 자격증,

소믈리에 자격증까지.

공부는 했고,

자격증도 땄다.

겉으로 보기엔

그럴듯한 준비 같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마음은 이미 많이 지쳐 있었다.

새로운 길을 향한 설렘보다는

‘도망치기 위해 뭔가를 붙잡고 있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 무렵,

나는 진지하게 폐업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쯤이면 충분히 버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레슨을 쉬고 계시던 성인 수강생 몇 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 잠깐이라도 학원 나올 수 있을까요?”

정식 수업도 아니고,

잠시 얼굴이나 보자는 마음으로

학원에 나갔다.



그분들은

아무렇지 않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몇 달 치 레슨비, 미리 결제할게요.”

“선생님 생활비는 얼마나 필요해요?

우리끼리 조금씩 걷어서라도 도와드릴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또 한 분,

쉬고 계시던 H 배우님도

연락을 주셨다.

레슨비를 낼 날은

아직 한참이나 남아 있었는데,

아무 말 없이 입금을 해주셨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면서

차 안에서 한참을 울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나는 완전히 혼자가 아니었구나.

내가 한 시간, 한 시간 쌓아온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남아 있었구나.

폐업을 결심하려던 마음이

그날,

조용히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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