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클라리넷이야기 49편- 버티던 시간

잠시 멈춘 것처럼 보였을 뿐

by 문석환

그날 이후,


나는 혼자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사실은 누군가와 함께 건너온 시간이었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다.



하지만


2021년 초까지 이어진 석 달간의 공백은


나를 점점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의욕도 없이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월세였다.



물론 상황이 어려우니 사정을 이야기하면


몇 달쯤은 미뤄도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분들 역시 월세를 받아 생활을 이어가야 했고,


그 부담을 그대로 떠넘기고 싶지 않았다.


모아두었던 돈으로 월세를 내고,


손해를 감수하면서 보험을 해약했다.


그 돈으로 최대한 아끼며 생활했다.


그렇게 버티는 시간 속에서


석 달이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관악기 교습 금지가 해제되었다.


잠시 쉬고 계시던 성인분들도


감사하게 그즈음 하나둘 다시 돌아오셨다.


스무 명 남짓한 인원으로


학원은 다시 조금씩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조용했던 학원에도 숨결이 돌아왔다.


문의 전화도 계속 걸려왔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제 됐다.


잘 버텼다.’


하지만 여전히


함께 모여 연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2019년까지 자주 사용하던 홀은


집합금지로 인해 결국 폐업한 상태였다.


어느 날,


학원 의자에 앉아 한참을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연주회를 할 수 있을까?’


몇 시간을 고민하다가


불현듯 생각이 떠올랐다.


‘레슨 때 연주한 곡을 녹음해서


영상으로 만들어드리면 어떨까?’


그 생각이 들자마자


성인분들께 문자를 보냈다.



“모여서 연주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연습하신 곡을 녹음해


영상으로 만들어드리면 어떨까요?”


모든 분들이 흔쾌히 좋아해 주셨다.


그날 이후 레슨 때마다 녹음을 했고,


가장 잘 된 연주로 영상을 만들어 보내드렸다.


한 분당 두 곡 정도,


총 40곡에 가까운 영상이 만들어졌다.



나 역시 다시 의욕이 생겼고,


영상을 받아보신 분들은


“너무 감동이다”라며 진심으로 기뻐해 주셨다.


영상 제작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힘들었지만


그 시간은 이상하게도 행복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다시 코로나가 확산되었고,


또다시 집합금지가 내려졌다.


그리고


마지막 남아 있던


한 줄기 빛마저


사라지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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