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흘렀지만, 마음은 채워지던 시간
2019년은
학원을 운영한 이래로
가장 많은 학생과 가장 활발한 연주가 겹쳤던 해로 기억된다.
그동안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조용히 증명받는 느낌이었고,
그래서 더 설레고 더 뿌듯했다.
몸은 늘 지쳐 있었지만
마음만은 참 풍요로운 한 해였다.
그해 신년연주회는
예년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모여 성황리에 열렸고,
6월에 열린 성인반 연주회 역시
사마르 앙상블과
송바이올린 원장 재화가 함께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무대가 되었다.
이제는 연주회를 마치고도
막연한 불안보다
“잘 해냈다”는 감각이 먼저 남았다.
나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다.
그해 여름,
가장 인상 깊은 무대는
H배우님과 함께한
다문화가정 합동결혼식 연주였다.
어느 날 연습 중
H배우님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6월 26일에 다들 시간 괜찮으세요?
파주 서원밸리 컨트리클럽에서
다문화가정 합동결혼식이 있는데,
우리 팀도 연주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모두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레슨 일정을 조정하며
‘이 무대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사랑의 찬가’와
‘인생은 아름다워’를 연습곡으로 정했다.
레슨을 마치고 다시 연습실로 향하는 일정이었지만
이상하게도 피곤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더 컸다.
연주 당일,
수요일 아침의 하늘은 유난히 맑았다.
후배 성수가 집 앞으로 차를 몰고 와 나를 태웠고,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파주로 향했다.
생각보다 먼 거리였지만
어느새 우리는 서원밸리에 도착해 있었다.
무대 뒤편에서 악기를 조립하고 리허설을 하는 동안,
유명 가수들도 속속 도착했다.
사진을 찍고, 짧은 인사를 나누며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에게도 이런 시간이 오는구나.’
공연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관객석은 점점 가득 찼다.
결혼식을 올리는 여러 커플들이 무대에 올랐고,
그 장면을 보는 순간
갑자기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때 H배우님의 멘트가 이어졌다.
“자, 그럼 우리 팀의 리더,
문석환 선생님께서
멤버를 소개해 주시겠습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멤버 이름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저… 우선 이런 귀한 무대에 초대해 주셔서…”
버벅거리며 말을 이어가자
관객들이 따뜻한 박수를 보내주었다.
그 박수 덕분에
나는 겨우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연주는
이상하리만큼 연습 때보다 더 잘 맞았다.
두 곡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오는데
가슴이 벅차올랐다.
식사 자리에서
모두가 말했다.
“정말 행복한 연주였어요.”
“이런 무대, 자주 했으면 좋겠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오래된 기억들을 떠올렸다.
학원을 처음 시작하던 날의 절박함,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
연주자의 길을 포기해야 했던 아쉬움….
그 모든 것이
조금씩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그해 9월 정기연주회 역시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고
실력도 눈에 띄게 성장한 무대였다.
나는 그때
이 시간이 오래 지속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