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의 명예와 초고층의 서사
서울의 강남, 그중에서도 압구정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주는 무게감은 여전히 특별합니다. 우리는 이곳의 변화를 늘 시세와 평당가라는 차가운 숫자로만 보아왔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생각합니다. 저 거대한 변화 속에는 어떤 가슴 뛰는 이야기가, 어떤 무거운 약속이 숨어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재건축이라는 단어는 흔히 ‘낡은 것을 부수고 새것을 짓는’ 물리적인 행위로 이해됩니다. 그러나 압구정에서 일어나는 일은 조금 다릅니다. 이는 단순한 투자의 영역을 넘어섭니다.
이곳의 주체들, 우리가 VVIP라 부르는 이들에게, 재건축은 그들의 **‘명예’**를 지키고 완성하는 일과 같습니다.
명예란 무엇일까요? 어쩌면 그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퇴색하지 않는 가문의 유산이자,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형태의 무형 자산일지도 모릅니다. 집을 새로 짓는다는 것은 단순히 벽돌을 쌓는 행위가 아니라, 그들의 지위와 역사를 영원히 봉인할 새로운 기념비를 세우는 과정인 것입니다.
그들에게 있어 압구정에서의 한 채는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시간과 명예가 응축된 왕관과 같습니다.
우리는 높은 건물을 욕망합니다. 그것이 바로 **‘혁명’**의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일 것입니다.
압구정에서 논의되는 초고층 아파트는 단순히 층수를 높이는 공학적 도전이 아닙니다. 그것은 미래의 주거 기준, 미래의 삶의 방식을 선언하려는 강렬한 의지가 투영된 결과물입니다.
가장 높은 곳에 서서 세상을 내려다본다는 것은, 그들이 스스로를 시대의 개척자이자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화려하고 높은 탑을 쌓아 올리는 과정에는 분명 치열함과 외로움이 뒤따를 것입니다. 모두가 선망하는 자리에 서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압박감, 그리고 그 명예를 지키기 위한 고독한 싸움.
어쩌면 이 초고층 아파트는 VVIP들이 스스로에게 거는 가장 거대한 약속이 아닐까요? 세상을 향해, 그리고 스스로의 가치에 대해 선언하는 혁명의 서사 말입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 속 차가운 개발 계획표 뒤에는, 이렇게 명예와 혁명이라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이고 뜨거운 욕망이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진정한 가치는 숫자가 아닌, 그 숫자를 움직이는 가슴속 이야기에 있습니다.
(원문: 압구정 재건축 VVIP 명예와 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