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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by 수근수근


우선 영화는 무척이나 재미있었음과 동시에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주었다. 영화에서는 많은 캐릭터들이 나온다. 모두 개성 있고 매력이 있었다. 영화에서의 캐릭터와 나는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른가?

영화의 캐릭터가 나와 딱 맞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중 나와 가장 닮은 캐릭터는 토드라고 생각된다. 어릴 때 나는 참 조용한 아이였고, 튀지 않는 아이였다.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려하고, 수줍음과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토드와 매우 흡사하다. 토드는 닐의 권유에도 ‘죽은 시인의 사회’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렇듯 나도 누구의 권유에도 “괜찮아요.” 라고 말하는 아이였다. 하지만 토드는 내면에는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 욕망이 있는 것 같다. 영화에서 키팅 선생의 의해 눈을 가리고 벽에 걸린 사진속의 위인(위대한 문학가 같다.)에 대한 자기표현을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나 역시 어릴 때는 장래희망이 연예인이었을 만큼 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내가 한 행동이 놀림거리가 될까봐 용기를 못 냈던 것 같다. 키팅 선생과 닐이 토드를 변화하게 만들었다면, 나의 변화됨은 스무 살 대학을 포기한 뒤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이후였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서비스직에는 잘 어울리지 않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커피전문점에서 일하게 되었다. 일을 하면서 학교에서와는 다른 사회에서 적응하고, 직장동료들과 만나고, 또 손님과 응대하면서 조금씩 변화하게 된다. 그리고 대학에 온 뒤에는 선배, 동기들과 어울리면서 또 다른 나로 변화했다. 발표라는 것, 남의 앞에서 내 생각을 말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없어 졌고, 학년대표를 할 만큼 성격적으로도 활달해졌다. 나의 경우는 토드처럼 어떤 한사람의; 의한 변화보다는 시간의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변한 것 같다. 주위의 시선은 두려움보다 내 자신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아직 나에게는 남들과는 다른 행동은 부담이 된다. 토드의 마지막처럼 자신에게 불이익이 올 것을 알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행동하는 것은 아직 나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토드처럼 변했기보다는 나는 키팅처럼 변한 것 같다. 그는 항상 자신 있게 말하고 자기의 신념적으로는 무장되어있지만, 그는 행동하지는 않는다. 그는 학교의 작은 방에서 성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그는 행동하지 않으며, 소극적이다. 자신을 캡틴이라고 부르라고 하면서도 자신은 캡틴으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닐의 연극이 끝나고 그의 아버지에게 끌려갔을 때 그는 닐의 아버지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나의 모습에서도 보이는 것 같다. 나는 내 신념과 맞지 않는다고 해도, 주위에 시선이나 행동이 다르면, 한발 물러서기도 하고, 때로는 내 신념은 굽히기도 한다. 이러한 소극적인 저항이나 하다가 결국에는 없어지고 마는 모습이다. 아직 나는 자기 방어적이다.

나의 맘속에는 한 마리의 찰리와 한 마리의 카메론이 항상 대립한다. 찰리는 나에게 ‘너의 신념을 믿고 행동해.’ 라고 하고, 카메론은 ‘지금 너의 상황을 냉정히 인식하고 현실적으로 판단해.’ 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고민을 하다가는 결국 어느 한쪽을 따르지도 못하고, 이것도 저곳도 아닌 키팅 같은 어정쩡한 상태가 되어버린다.

나는 닐이 토드를 변화 시킨 것처럼, 녹스가 크리스를 변화 시킨 것처럼, 나의 변화를 다른 이들에게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변화시킬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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