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내가 사학과를 전공하기 전에 고등학교 시절 내 생일에 친구가 역사에 관심이 있는 나에게 선물로 주었던 책이다. 당시에는 몇 장 읽다가 도저히 모르는 내용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을 얼마 전 다시금 읽게 되었다. 박노자는 우리에게 굉장히 친숙한 인물이다. 『당신들의 대한민국』,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등 우리에게 굉장히 친숙한 책의 저자이기도하다.
우선 제목을 살펴보면 제목이 굉장히 자극적이다. ‘나를 배반한 역사? 역사가 나를 배반했다고?’ 라고 우선 의구심이 생기고, 역사가 나를 배반했다면 배신감이 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라는 단어는 나에게 있어서는 민족주의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은 우리가 초중고 12년 동안 배워온 국정교과서 때문일 수도, 사회의 풍조 때문일 수도, 언론 때문일 수도 있겠다. 책을 보면 저자가 왜 역사가 나를 배신했다고 표현한지를 알 수 있다.
그는 근현대사를 지나며 ‘나’라는 정체성의 찾고자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인 것 같다. 하지만 근현대사에서 ‘나’는 참으로 왜곡 되어있다. 머리말에는 ‘한 인간으로 ‘나’는 참으로 소중하고 소중하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의 현실은 이러한 ‘나’가 그 무엇의 수단이자 도구로 전락해 있다. ‘국가’의 이름으로, ‘우리’의 이름으로, 때로는 ‘현실’과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나는 이러한 상황을 만든 한국 근대사 100년의 시간을 돌아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무시되어 온 ‘나’라는 존재를 역사의 주인공으로 바꾼 채 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주체성을 상실한 채로 우리라는 이름으로 ‘나’라는 존재가 무시된 역사라는 것이다.
그는 많은 것을 원하는 게 아니다. 우선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깨닫는 것이다. '한 인간으로서의 '나'는 참으로 소중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전제한 뒤에 우리의 역사를 바라보자는 것이다. '나'가 그 무엇의 수단이자 도구로 전락해 버린 지난 100여년의 역사를 그는 '나'를 배반한 역사라고 보고 있으며 그 본질은 제국주의 논리의 내면화에 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그것을 본문에서 국민이라는 담론, 범아시아주의라는 새로운 인종주의, 개신교의 문제 등의 각론에서 제국주의 논리가 어떻게 지난 100여 년 동안 우리 안에 이식되어 왔는지 분석한다. 그리고 비록 19세기 말의 개화파부터 박정희까지 이어지는 이러한 제국주의 논리의 내면화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개인이 동시대의 시대사적 조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합리화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시대를 초월하여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한용운, 조소앙, 나혜석 등의 선각자들로 인해 새로운 우리의 모습도 만들어 졌다고 말한다.
그도 제국주의적인 폭력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시대에 우리의 이상이 온전히 실현되는 역사를 기대한다는 것은 과욕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국주의적인 폭력이 영원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언젠가는 극복될 이러한 제국주의적 국가주의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지난 근대사를 박노자와 함께 돌아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이글은 2010년 책을 읽고 쓴 감상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