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앞두고 임신을 결심한 계기

이런 이유 때문이라도 괜찮은 걸까

by 김오솔

여느 날과 다를 것 없는 평일 오후였다.

점심 식사 이후 살짝 나른한 상태로 사무실에서 업무 메일들을 보고 있을 때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외할머니.. 돌아가셨어...”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울음이 가득한 목소리였지만 그 자체로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몇 주 전부터 외할머니는 위독한 상태로 요양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계셨기 때문이다.

터져 나오는 눈물을 겨우 참으며 팀장님께 사정을 말하고 그 즉시 사무실에서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외할머니의 임종을 지켜드리지는 못했다. 일주일 전 구정 설에 찾아갔을 때 뵌 것이 마지막이 될 줄이야.

과감한 컬러의 화려한 의상, 꽃신을 즐겨 신고 호탕하게 웃던 할머니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천주교 신자였던 외할머니이기에 빈소를 지키는 3일 동안 신부님과 많은 교우들이 오셔서 미사를 드렸다.

당시에 세례를 받지 않았지만 나도 자연스레 그들과 할머니의 평화를 빌었다.

평화를 비는 와중에 문득 나의 엄마와도 언젠가 이런 이별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상상만 해도 못 살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내가 지켜야 할 누군가가 있다면 책임감 때문이라도 살 수 있으려나?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계기로 아이를 낳아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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