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어르신이 보고 싶어하는 그 시절
삑삑~ 알람소리
새벽 6시
졸린눈을 비비며 출근준비
아들셋 등교 준비를 끝내놓고
또각또각 내 발걸음이 빠르다
요양원에 출근은 빨라야한다
지문을 찍고 문이 열리며 내 하루의 시작
나는 사회복지사의 사명감을 안고
74명의 어르신들의 안부를 물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치매어르신 중에 아들은 일찍 죽고
며느리는 새 시집을 보내고
손녀를 홀로 키운 어르신에게
인사를 건네본다
어르신의 하루는 들쑥 날쑥 종잡을수 없다
온전한 그녀를 보려면
하루를 잘 살펴야한다
탁탁탁 컴퓨터 앞에서 공단 서류를 작성하고
층으로 올라가서 어르신을 빼꼼히 바라보았다
빙그레 미소를 짓는걸 보니
지금이 타이밍이다
어르신 ~ 손녀 보고싶으시죠?
“그 애미나이는 참 불쌍하다~
왜요?
북한에서 부모 잃고
6.25전쟁때 11살에 혼자 넘어왔지~
여기 남한에 나 혼자야
그러면 남한에서는 뭐하면서 생활을 이어 가셨을까요?
몰라~ 그딴거 묻지마라~!
오늘은 여기까지
어르신의 잠잠하던 머리속이 복잡해져
말을 이어가기 어렵다
1층으로 내려와서는 어르신의 서류를 뒤적여본다
그리고는 혼잣말로 어르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11살에 남한으로 혼자 긴 고난의 길이
전쟁의 길은 살아 남은게 신기할 정도겠지
그녀가 너무도 불쌍해, 차마 말로 다 하지 못할 만큼
마음이 아프다.
억세게 강하게 살아남은 그녀의 흔적이
아흔의 나이에도 고스란히 묻어있다.
‘고향의 봄’으로 어르신에게 노래를 부르며 다가가면
입가 가득 미소로
노래 한자락 좋다며 따라 부르시고는
북한은 참 싫다며
그렇다고 남한도 좋지 않다고 말하는 어르신의
눈가가 촉촉하다
부모를 고향에 묻고
그리워도 찾아갈수 없는 타양살이의
설움 같았다
여기서의 결혼 생활도 행복하진 않아 보였다
시집살이에 치를 떨듯
고개를 떨구던 어르신의 모습에서
아들 하나를 일찍 떠나 보내고
며느리는 다른 남자에게
손녀는 가끔 문을 두들기니
어르신의 가족은 손녀가 전부라
우리를 보면 손녀가 보고싶다던 어르신의
입가에 옅은 미소를 이제 찾아볼수 없고
대신 죽고 싶다는 말만
빨리 떠나고 싶은 그녀는
죽은 아들을 떠올리는 걸까?
그러면 나는 어르신도 이세상에 혼자였는데
손녀도 혼자 두고 싶으냐고
가족은 할머니가 전부인데
그래서 힘내서 살텐데 라고 말하면
그렇지 내가 지켜야지~
그 애미나이도 시집가서 시집살이 하느라
날 자주 못찾는기야~ 그렇지
하면서 다시 힘을 내보신다
그녀 대신 삶의 희망을 잡을수 있게
해줄수 있는건 말뿐이다
알록 달록 가을의 계절이 떠나가려는
초겨울 문턱에
그녀의 가벼운 옷이 신경쓰여
언제 올지 모르는 손녀를 대신해
비싸면 부담스러운
다있쏘에서 오천원으로 샀던 조끼를
그녀에게 입히고는
기뻤다
이렇게 따뜻한 옷을 누가 사줬냐며
내가 사줬다 말하니
돈 아껴야지 뭐하러 나같은 늙은이한테
고마워서 어쩌냐는 그녀에게
대신 돼지꿈을 꿔달라며 서로 하하 웃어보고는
다음 날이 되어 꿈 꿨냐 물으면
꿈은 무슨 꿈을 내가 꾸냐며 화를 내는 그녀 모습에서
나를 미소짓게 만든다^_^
어르신과의 대화는
오늘밤 지나면 사라지는 내일처럼
똑같다
아무렇지 않게 그녀에게 다시 찾아가
문을 두드리고
그러면 그녀는 ‘애미나이 왜 이제 왔냐며‘ 반갑게
미소로
또 어떤 날은 무서운 눈으로 역정을
나는 항상 그녀에게 미소로 다가간다
어제가 그제가 오늘처럼 내일처럼 먼 미래처럼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그녀의 삶은
다행스럽게 아무렇지 않은듯 미소로 맞아주지 않는가
그녀 머리속에는 같은 날의 매일의 우주가 펼쳐지니
들키지 않길 바란다 그녀의 삶속의 진실이
행복했던 그시절의 삶으로
그녀의 머리속이 가득 채워지길 기도해본다
아프지 않고 평안하길
그녀의 남은 삶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