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버스 기사님의 안내
출근길에 마지막으로 타는 2번 마을버스 기사님께서는 하차벨이 울리고 나면 항상 이 말씀을 하신다.
문이 열린 다음에 일어나십시오
검은 베레모를 쓰고 계시며 자세히 살펴보면 꽁지머리의 소유자 기사님. 중후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천천히 크게 말씀하시는데 처음엔 이 말을 듣고 ’내가 방금 뭘 들었지?‘하고 머릿속에서 리플레이를 했다. 오? 나름의 체계가 있군. 이후로 나는 반드시 문이 열릴때까지 자리에 딱붙어앉아있게 되었다.
나로 말할것같으면 원래 문이 열리기 전에 미리 문앞에 가서 서 있는 종류의 사람이다. 왜냐면 덜커덩 거리는 버스의 움직임에 맞춰 허벅지에 힘을주고 몸통을 특정 방향으로 버스 기둥에 기대면 몸이 휘청거려도 그 리듬이 경쾌할 때가 있다.
하지만 다급한 같은 경우에는 이미 문이 열렸는데 아직 앉아있어서 서두르게 된다. 움직임이 오히려 둔탁해지고 그땐 이미 버스의 문이 닫히려고해 목청껏 '기사님 잠시만요!!!'를 외친다. 그런데 마을버스 2번을 탈 때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그래서 기사님이 매번 주의를 주시는 만큼 안전하다고 느꼈다.
내게도 내 마음의 문이 열릴때까지 조금 더 천천히 기다려주면 어떨까? 제 타이밍에 맞게 실행에 옮기는 인내심과 배려말이다. 가령 나에게 갑작스러운 감정변화가 찾아오더라도 때로는 이 감정의 문도 때가 되면 문이 열리고 해소가 될꺼야라는 인식. 차분히 스트레스 없이 기다리는 거다. 비로소 감정의 문이 열리면 이후에 천천히 여유있게 일어나보는 거다.!
벌떡벌떡 마음이 racing하거나 조급해지면 내 마음버스의 기사님이 된 것처럼 중저음의 목소리를 안내를 하련다.
마음의 문이 열린 다음에 일어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