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날 Sep 27. 2023

내가 합격이라니!

시험을 볼 때만해도 '나도 될 수 있을까?' 생각으로 막연하였고, 구체적으로 계획하거나 생각하지 않았다. 

너무 계획했다가 떨어지면 실망하게 될테니까. 

그렇게 동화를 배우기 위해 동창모에 지원을 하게 되었고, 1차 서류 합격하고 어제 2차 면접을 보고 왔다.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어서 내가 이 모임에 들어가면 글은 잘 못써도 도움은 될 수 있어 라고 생각했었다. 

보통 여성들이 못하는 촬영, 편집, 디자인, 책표지 만들기 등등 할 수 있으니, 나를 뽑아주면 좋을텐데..

다행이 이전의 글쓰기 모임에서 내가 책 표지를 디자인해서 문집이 만들어졌다. 

그때 나는 웬 자신감인지 

"책 표지 만들 수 있는 분 있나요?" 선생님 얘기에 

"저요" 

손을 들고 있었다.

다행이 아무도 들지 않아서 그나마 이 중에서는 내가 할 수 있나보다 하고 마음을 놓았다. 

사실 글쓰는 사람들은 글쓰기 이외에 다른 것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는 영화 전공을 한 탓에 기기를 좀 다룰 줄 안다. 게다가 최근에 내 책을 두 권 자가출판 한다고 책 표지를 만들기도 했다. 게다가 독서교실 홍보 자료를 만든다고 디자인을 꽤 했다. 

이제는 차라리 책표지 만들기랑 디자인 해주는 일을 할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도 하곤 한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어필하며 나를 뽑아달라고 애걸해 볼까 생각도 들었다. 

1차 붙었을 때, 면접은 인성이 아닌 사람만 걸러내기 위해서 하는 거니 무조건 붙겠거니 생각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9명 중에 2~3명은 떨어뜨린다고 적혀 있었다. 

왜!!???

그때부터 점점 떨어질 것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했고, 그러면서 한편으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하나님, 제발 붙게 해주세요', '저에게 한번 기회를 주세요'

작년 번아웃과 무기력증으로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지금은 열정에 불타오르고 있다. 

정말 한 발자국씩 내딛는 게 맞다. 먼저 인천까지 오가며 글쓰기를 배우러 다녔었다. 

2주에 한번씩 장장 6개월 동안이나..

지금 생각해도 내가 어떻게 이렇게 열심히 다녀왔나 싶다. 

6개월 동안 한번도 결석하지 않았다. 한번쯤 결석할 법도 한대, 그러지 않았다. 나만 올 출석!

인천까지 가기 위해 고속도로를 혼자 운전해 본 적 없는 내가 고속도로 위를 달렸다. 첫날의 공포는 컸으나 그 다음부터는 방사능 반감기 줄어들듯이 급격히 줄어들어서 이제는 운전 중에 졸리기 까지 하다.

나는 왜 그토록 고속도로를 무서워했던가...

물론 고속도로 가다가 사고로 뒤집힌 차도 보고 쓰러져 있는 사람들도 봤었다. 하지만, 그렇게 죽는거나 두려움에 아무것도 못해보고 사는 후회되는 것들이라 생각했다. 

어쨌든 그렇게 6개월을 글배우러 다니며, 합평 모임을 하나 시작했었다. 엽서시 게시판을 보고 덥썩 연락을 했다. '이상하거나 무서운 사람들이면 어떡하지?'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난다는 게 처음이어서 두려움이 앞섰지만, 만나고 보니 너무나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나는 한걸음 더 진보가 일어났다. 그렇게 인천에서 6개월 수업이 끝나갈 무렵 새로운 공부처를 찾고 있었는데, 동창모가 딱 나타난 것이다! 

어쩜 이런 타이밍까지! 나를 위해 이 모든 게 준비된 것 처럼 느껴졌다.

오늘 최종 결과가 나오기 까지 몇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까페를 들락거리면서 나를 계속 위로하려 했다. 

'떨어졌다고 낙심하지 말고, 계속 글을 쓰고 다른데서 배우자!' 

면접 볼 때 들어보니 다들 글쓰기 수업 경험도 많고, 합평모임도 여러개 하고 계셨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정말 초짜 처럼 생각되었다. 

한편으론 저 사람들과 함께 으샤으샤 하면서 글을 쓴다면 정말 힘이 나겠다. 나에게 성장이 많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그 꿈이 이루어졌다. 동화 작가로 등단하기 위한 하나의 꿈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어서 그동안 노력한 나를 칭찬하고 싶다. 아이들 키우느라 정말 힘들다 힘들다 하며, 늙어가고 있었는데 젊음을 수혈받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아무래도 잠이 안올꺼 같다. 내가 한예종에 합격했을 때도 그런 기분이었다. 1차 붙고, 2차까지 붙어서 최종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적힌 것을 보았을 때, 아무도 나에게 축하한다고 소리 높이지 않았지만, 내 마음 속에서 환호소리가 들리며, 행복감이 나를 감싸버렸다.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허황된 꿈같았던 그것이 가까이 다가오며 새로운 시작이 있고, 엄청난 기회가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번에도 그런 마음이었다. 

엄청난 기회가 찾아왔다! 

최근에 온라인에서 하는 글쓰기 강좌를 하나 들은 적이 있다. 그 사람이 해준 많은 이야기 중에 이것만이 기억에 남았다. 

"당신이 쓴 책을 가족과 친구, 아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그들은 그 책을 책꽂이에 꽂아두고 아무도 읽지 않아요.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쓰세요."

나는 정말 내가 쓴 글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싶어서 글쓰기를 주저주저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쓴 글을 읽고 '너 어떻게 그렇게 썼어? 당장 지워!' 그런 일은 없었다. 

그리고, 실제 친언니에게 내가 낸 책을 슬쩍 보여줬는데, 관심도 없고 가져가지도 않았다. 얼마나 다행인지! 

그렇게 내 주변에 책을 좋아하고, 나에게 큰 관심을 갖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의 글쓰기가 좀 더 탄력을 받고 성장하는 만큼 더 좋은 작품으로 내 글이 필요한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내 글이 필요한 그 사람들을 생각하며 쓰려한다. 그동안 나를 보여주는 것을 두려워하고, 혹시 실수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될까 하는 두려움에서 이제는 벗어나려 한다. 갑자기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이것도 한 걸음씩 시작하려한다.  

 


작가의 이전글 독서교실 시작 2주 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