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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Nov 26. 2023

먼 훗날 동화 쓰기 머신이 될지도

동창모에 들어가고 두 달간 동화만 생각하며 지낸 것 같다. 

매주 제출해야 하는 과제도 그렇고, 

동화를 읽어야 하는 독서교실을 하고 있어서도 그렇고

마지막 주에 제출해야 하는 한 편의 창작 동화를 위해서도 그렇고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두 달간 동화만 생각하며 지냈다. 

그러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도 받았었다. '무엇을 써야 하나?', '어떻게 써야 재미있을까?'

'이미 남들이 다 쓰고 관심 없는 얘기이면 어쩌나?'

한 편을 완성했다고 생각해서 내놓고 평가를 기다릴 때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안 좋은 평을 받아도 실망하지 말아야지 하며 나의 마음을 단련시켜 놓기도 했다. 

작년엔가 내가 쓴 동화를 남편에게 보여줬더니 딱 한마디 했다. 

"그냥 그렇구나. 아무런 생각이 없는데"

읽고서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고 했다. 재미없단 소리였는데, 참 그렇게 대놓고 하다니 싶었다. 

아무튼 그 뒤로도 여러 번 보여주기를 반복. 

어떤 이야기는 읽고 나서 웃기까지 했다. 

"어처구니없어서" 그러면서 "재미는 있네."라고 했었다. 

그리고 이번에 보여준 작품은 보고 나서 멀찍이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웃고 있었다. 

"재미있다."

처음으로 이렇게 재밌다고 웃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건 엔딩이 슬픈 이야기인데, 왜 웃지? 뭔가가 잘못되었나? 싶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 집 애들에게도 보여주고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깨닫는 바가 있었다. 

'그래! 나는 계속 창작을 하고 싶었어' 

세상에 없는 새로운 이야기, 또는 나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나 보다. 

내가 영화를 보며 감동을 받고 영화를 전공하러 재수까지 했었다. 그런데, 영화를 만들면서 느꼈다. 너무 힘들다는 것을. 

시간은 왜 이렇게 오래 걸리고. 도대체 혼자서 할 수 없는 작업이고. 협동이 필요한데, 내 역할은 어디까지이며. 

감독이라도 할라치면 발냄새로 신발을 버려야 할 지경이 될 때까지 뛰어다니고,

입에 '죄송합니다. 도와주세요'가 붙어서 시도 때도 없이 부탁하러 다녀야 하고. 

정말 저질체력이었던 나에겐 안 맞는다 생각했다. 

그렇게 영화와 멀어졌다. 지금은 2시간짜리 영화를 볼 시간도 없어서 영화를 보지 못한다. 

그리고, 영화에 치가 떨린다고 해야 할까? 오만정이 떨어졌다고 해야 할까?

그냥, 현실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깨닫게 된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은 창작을 하는 것이었는데, 영화는 팀작업이고 제작비와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서 혼자서 하고 싶었던 나와 맞지 않았다는 것을.

그에 반해 동화 쓰기는 혼자서 쓸 수 있는 작업이라 쓰고 난 뒤에 성취감과 희열을 영화에 비해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이 과정을 몇 년 반복하다 보면 나는 동화 쓰기 머신이 되어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이렇게 돌아 돌아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조금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실패했던 이유도. 

그래서, 인생은 오래 살아봐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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