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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사막섬

by 한유정

성전을 나온 4인방은 조용히 서 있었다. 온갖 지도에도 사라진 사막섬, 가는 방법도 없어진 사막섬.

세상을 구하려면 가야하는 곳이지만 자료나 방법이 없었다. 다들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자신들의 손에 달린 3개의 나라, 3개의 나라 백성들. 하랑, 루아공주와 다원 왕자의 어깨는 왕족,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들의 후계자로서의 부담감이 어깨를 짖눌렀고. 슬찬의 몸은 죄책감으로 짖눌러지는 느낌이었다. 슬아는 자신의 나라 일은 아니지만 도와주고 싶었다. 모든 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으면 했다.


그때 슬찬이 가방 깊숙히 무언가를 찾더니 낡은 양피지를 꺼냈다. 슬찬의 입이 달싹거리다가 주춤거리다가 했다. 다원 왕자가 그가 머뭇거리는 것을 눈치채고 말했다. "할말 있는겁니까? 그 낡은 양피지는 뭐고요?" 그들은 슬찬이 준비가 되서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슬찬이 눈을 감았다가 뜨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 종이는 사실 제가 그때 사막섬을 어떻게 갔는지 몰래 써 놓았던 종이 입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는 제 집 다락방 낡은 액자 뒤에 숨겨 두었습니다."

다들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 보았다. 하랑이 곰곰히 생각하더니 물었다. "그때 당시에는 주변에 보는 이들이 많았을 텐데. 그 남매도, 범한도, 마루.. 도."


슬찬이 회상하듯 눈을 감았다가 뜨며 말했다. "솔직히.. 은근히 허점이 많았습니다. 남매는 절 신경 쓰지도 않았거든요. 범한은 그들에게, 마루..왕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느라 바빴고.. 마루... 왕은 어머니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아란에게 받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로 부터 받지 못한 안정감을요. 저는 주로 보초를 서거나 했습니다. 그래서 들키지 않고 조금씩 사막섬에 대한 정보를 쓸 수 있었습니다." 하랑은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마루..왕은 아버지에겐 인정을 받고 했지만 어머니는 선대 왕과 성격이 다르셨어. 왕자로서, 후계자로서 더욱 차갑게 키우셨어. 돌이켜보면 선대 왕비님의 마음도 이해는 가. 마루 왕도.. 그가 왕비로 부터가 아닌, 그저 엄마에게 받고 싶었던 안정감을. " 다원 왕자는 조용히 말했다. "그렇지만, 그 자리가 가지는 권력이 있지만. 책임도 있지. 그는 그것을 저버렸어. 한.. 요정으로서는 불쌍하지만. 그는 지도자로서의 책임은 지키지 않았어."


그들은 주위를 살피며 큰 나무 밑으로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 낡은 양피지의 내용을 살펴 본다.


(양피지 내용)

성전을 기준으로 북서쪽에 위치하여 있다.

저주 받은 바다라고 불릴 만큼, 어쩔 때는 날이 좋아 평화롭지만 그런 날은 드물다.

보통은 파도가 험해서 큰 배들도 쉽게 항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막섬으로 가는 바다는 은근히 암초들이 많이 있다.

제일 중요한 점은 바다를 항해할 때 소리를 조심해야 한다.

절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안된다.

그러나 그때는 그 세찬& 아란 남매들이 흑마법으로 진정 시켰기에 자세한 방법은 모른다.


그들은 내용을 보고 서로 눈빛을 공유하였다. 다음날 그들은 짐을 단단히 정비했다.

옷도 따듯하게 입고 음식도 서로 넉넉히 공유했다. 가방끈을 몸과 밀착시켜 단단히 동여맺다.

그들은 떨어진 나뭇가지와 낡은 판자들로 조그만한 배를 만들었다.

거대한 배는 아니었지만 그들 다섯명이 타기엔 충분했다.

성격이 냉정하고 검을 잘 다루는 다원 왕자가 맨 앞에 탔다.

슬아와 슬찬이 노를 담당하여 중간에 앉았다.

맨 뒤에는 약초를 잘 다루는 루아 공주와 활을 잘 다루는 하랑이 탑승했다.


그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바다로 나아갔다.

이 다섯명 모두 결연함과 무서움이 공존했다. 성공하면 좋겠지만 위험을 겪을 가능성도 너무나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책임감, 백성들에 대한 생각, 죄책감, 바로 잡으려는 마음과 친구를 도와주려는 마음이 다 뒤섞여 이 다섯 명을 서로 단단하게, 끈끈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 점이 세찬, 아란 남매, 마루 왕, 범한의 차이, 아주 큰 차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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