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을 지나고 지나자 해가 지고 달이 떠올랐다. 우리는 눈에 잘 안 띄는 곳을 찾아 짐을 풀고 바닥에 누워 눈을 감았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고 이슬이 풀에 맺힐 시각 우리는 눈을 뜨고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다시 서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슬아는 물을 마시면서 ‘여기 물은 왜 단 거지?’라고 생각했다. 물 만 먹었는데도 기운이 솟아났다.
다들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처음에 떠났을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사명감과 책임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흑마법사들이 이제 아리아(ARIA)를 확실히 장악했다는 충격적인 사실과 더욱 침울 해진 아리아(ARIA)때문이었을까?
침묵 속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중 앞에서 하랑왕자가 다 왔다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뛰어갔고 우리는 찬찬히 둘러 보았다. 북쪽 기둥은 검은색, 동쪽 기둥은 빨간색, 남쪽은 초록색이었고 서쪽 기둥은 투명했다. 문은 4개가 있었고 4개의 문에는 계단이 있었다.
계단손잡이가 양 옆에 있었는데 북쪽 계단 손잡이에는 현무, 동쪽 계단 손잡이에는 청룡, 남쪽에는 주작 그리고 서쪽에는 백호가 있었는데 슬아는 속으로 ‘사방신’이라고 말하였다. 바로 이들의 손잡이에는 각 방향에 맞게 신들이 놓여져 있었다.
슬아를 제외한 이들은 자기 아리아(ARIA)의 입구에 서 있었고 슬아는 어디에 서야 될지 몰라서 고민하다가 루아 옆에 서서 안으로 들어 갔다. 들어가니 가운데에는 동그란 탁자가 있었고 탁자 중심으로 4개의 해태동상들이 있었다. 좀 더 가까이 가서 보니 각 아리아(ARIA)들의 상징석이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다이아몬드가 반짝이면서 박혀있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지만 그 순간 돌 벽이 올라왔다. 갑자기 굵고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는 어찌 왔는가? 더군다나 인간까지?” 그들은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다가 해태를 쳐다 보았다. 하랑의 쪽에 있던 해태가 말 한 것이었다. 그들은 처음에 해태 동상이 말을 한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짓다가 하랑왕자가 이야기 하자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그렇구만. 그러면 여기 있는 다이아몬드를 가지러 온 거구만. 그러나 쉽게 가져갈 수는 없지.” 이번에는 루아와 슬아가 서있던 쪽에 있던 해태가 이야기 하였다.
“질문을 하나 하지. 왕과 여왕한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냐고 생각하는가?” 이번엔 다원왕자 쪽에 있던 해태가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다원 왕자가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왕과 여왕뿐만 아니라 높은 자리에 있고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청렴 해야합니다. 자기가 권력과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그것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자기의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해 이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소외계층이나 빈곤층을 위한 복지 정책을 제정 한다던지, 기부나 지원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행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의 원래의 목적대로 되고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합니다. 이것은 왕, 여왕 그리고 신하들이 꼭 해야하는 것입니다.”
다원 왕자의 말이 끝나자 마자 하랑왕자가 뒤이어 말하기 시작했다.
“저의 대답 역시 다원왕자와 비슷합니다. 왕,여왕 그리고 신하들은 자기의 위치에서 책임을 가지고 제대로 일 해야합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높은 자리에 있는 이들이 제대로 해야 일반 아리아들도 제대로 하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책임감과 신중함을 가지며 자신의 행동과 말을 조심히 해야합니다. 이들이 먼저 행동을 하고 모범을 보여야 일반 아리아들도 믿고 우리를 따라 올 수 있는 것입니다. 안 그러면 뭐 어때? 왕이나 여왕도 자기 마음대로 하는데 우리도 마음대로 하지 뭐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이 아리아는 망하고 말 것입니다. 그러니 권력 있는 이들이 모범적으로 행동을 해야합니다.” 그러자 루아공주도 이야기 하였다.
“ 앞서 말한 것도 중요하지만 공감이 중요합니다. 특히 여왕과 왕은 일반 아리아들과 한 집에 살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이들의 삶을 알지 못 합니다. 그러나 나라를 이끌어 나갈려면 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공감을 해주어야 합니다. 이들이 무엇때문에 힘들어 하는지 등을 알아야합니다. 타인의 고통이나 이런 것들은 당사자가 되지 않으면 공감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왕이나 여왕은 직접적으로 겪어 보지는 못하더라도 자주 밖에 나가 간접적이라도 상황을 봐야합니다. 그리고 눈을 열고 귀를 열어 저들이 무엇을 요구 하는지를 들어야 진정으로 내 나라 아리아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왕과 여왕만 있다고 해서 그것을 나라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땅에 일반 아리아들이 살아야 나라라고 합니다. 그래서 어느 한쪽도 없어서는 안됩니다.
그러니 일반 아리아들이 중요합니다. 그들의 요구와 고통을 듣고 헤아리고 공감을 해주고 그것에 맞게 나라를 다스려야 합니다.”
“음 그렇군. 그러면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슬찬이 서있는 자리에 있는 해태 동상이 질문을 했다. 슬찬은 자기는 왕족이 아니기 때문에 질문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보았고 겪어왔던 경험을 통해 자기 생각이 이야기하였다.
“예전의 푸에고(FUEGO)는 이렇지 않았습니다. 다른 아리아들보다 욕심이 많아도 힘든 이들을 모른 척 하고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권력이 있던 없던 돈이 많던 없던 간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밖에 돈이 없어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씻지도 못하는 아리아들이 차가운 땅 바닥에서 굶어 죽어가도 돈이 많고 권력있는 이들은 신경을 안 씁니다. 왕도 마찬가지지 입니다. 자기들의 재산을 불리기 바쁘고 욕심 채우기 바쁩니다. 호화롭고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넘쳐나는 곳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정작 자기들의 의무는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왕과 여왕 그리고 신하들은 일반 아리아들에게 감사하여야 합니다. 자기들이 입고 있는 옷 ,착용하고 있는 장신구들, 신발, 사용하고 있는 가구들 그리고 먹고 있는 음식들은 다 일반아리아들을 통해서 나온 것 이니까요.
그래서 이들은 일반 아리아들이 있어서 살아가기 때문에 책임을 가지고 일반아리아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합니다. 신분에 상관없이 말입니다. 신분은 단지 겉모습일 뿐입니다. 신분이 높다고 해서 권력을 가지고 있고 돈이 많다고 해서 고귀하고 소중하고 돈과 권력이 없다고 해서 미천하고 소중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똑같이 소중하고 귀한 존재이고 대등한 존재입니다. 왕과 여왕이라면 신분, 권력, 재산,성별에 상관없이 평등하게 대해 주어야합니다. 물론 용기와 현명함등도 중요하기 합니다.”
그러자 그의 앞에 있던 해태가 “ 잘 들었네. 자네는 분명히 훌륭한 왕이 될 수 있을거야.”라고 말하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슬찬이 뭐라고 이야기하기 전에 슬아와 루아 앞에 있던 해태 동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인간, 자네는 인생에 쉬운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라고 묻자 슬아는 대답하기 시작하였다. “당연히 아닙니다. 쉬운 일만 있고 내 마음대로 되었으면 스트레스, 우울감, 좌절감등 이런 단어가 나오지 않았겠지요. 공부, 정치, 가르치는 일, 물건을 만드는 일, 물건을 사고 파는 일, 청소등 쉬운 일은 전혀 없습니다.
인생이 쉽지가 않기에 성공이나 행복도 바로바로 안 옵니다. 위기나 힘듬이 여러 번 지나가고 나서 찾아옵니다. 그래서 힘들다고 주저 앉아서 가만히 있는 것 보다 무엇이라도 해보고 끊임없이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슬아가 답하자 앞에 있던 해태가” 그렇네. 위기가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네. 명심하게.”라고 답하자 마자 돌벽이 내려갔다. “이리들 와서 이 다이아몬드를 가져가게. 이것은 무척이나 중요하다네. 욕심 가지지 말고 당신들의 사명을 꼭 완수하시게.”라고 해태들이 말했다. 일단은 슬아의 가방이 가장 크고 공간이 여유로워서 다이아몬드를 그녀의 가방에 넣었다.
그들은 성전 밖으로 나왔다.
“이제 어떡하지? 어디로 가야해?”루아가 묻자 슬찬이 지도를 꺼내 말했다. “사막섬은 남쪽에 있어요. 수피아(SUPIA)쪽으로 내려 가야해요.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성전을 빠져 나와 남쪽으로 향했다.
그 시각, 푸에고(FUEGO),
범한이 길을 걷다 갑자기 슬찬이 요즘 들어 안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아버지의 약을 사러간 거겠지라고 생각하며 성으로 향했다.
그는 돌산을 올라 성문 앞에 도착했다. 문지기들은 그를 보자 인사를 하고 문을 열어주었다. 범한은 왕의 방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아란 여왕과 세찬에게 인사를 하였다.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여왕이 되신 것 감축 드리옵니다.”
“그래. 오래간만 이로구나. 잘 지냈는가?”라고 아란 여왕이 물었다. 범한은 여왕님 덕분에 잘 지낸다고 대답하였다. “그런데 요즘 슬찬이 안 보이는 구나.”라고 세찬이 묻자 범한은 아마 아버지를 위해 약을 사러 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래. 그렇구나.”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고 세찬을 향해 눈짓했다. 세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수고가 많았네. 저승에서는 편히 쉬게.”라고 세찬이 말하자 그 순간 칼날이 번쩍 했고 범한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오빠. 조심 좀 하지. 더러운 피가 다 튀었 잖아. 슬찬의 집으로 가봐야겠어. 약 때문인 것은 아닌 것 같아.”라고 아란 여왕이 말하자 그는 범한을 경비병들을 숨긴 곳으로 데려다 놓고 마법을 써 경비병들처럼 안 보이게 마법을 걸고 아란여왕을 따라 슬찬의 집으로 갔다.
여왕은 문을 두드렸다. 슬찬의 아버지는 아픈 척을 하며 문을 열었고 그녀를 보자 인사했다.
“아들은 어디 갔는가? 요즘 잘 안 보이는 구려.”라고 세찬이 묻자 그는 자기의 약을 구하러 갔다고 답했다.
그러나 아란은 “거짓말. 당신 얼굴을 보니 예전 보다 기색이 더 좋아졌는데. 분명 사막섬으로 간거야. 우리를 무너뜨리려고.” 아란이 조소를 띄며 위협적으로 말했다. 슬찬의 아버지는 가만히 서서 “내 아들은 옳은 일을 하러 간거요.”
“옳은 일?? 하하. 어이가 없구나. 우리를 없애려고 사막섬에 간거잖아!” 아란이 소리 지른다. 그녀가 눈짓을 하자 칼날이 빛나며 슬찬의 아버지가 쓰러진다. 그들은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사라진다. 슬찬의 아버지가 조용히 눈물 흘린다. “미안하구나. 슬찬아. 항상 내 약만 구하러 다니고. 다른 애들처럼 활발하게 못 지내서.. 꼭 성공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