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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Jun 06. 2023

초여름과 늦봄 사이 밤공기

시티팝 감성에 취해 오늘의 아름다운 이 순간을 기록

해외주재원 파견을 나온 지 햇수로는 4년 만으로는 3년이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 시기에 호텔격리까지 감수하면서 이곳에 자리 잡은 지 긴 시간이 흘렀고, 어떨 때는 한국보다 이곳 생활의 익숙함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중국 다롄이다. 중국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다롄이라는 도시 이름이 생소할 것이다.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는 한국 사람이면 대부분 아는 도시일텐데, 다롄은 중국을 여행으로 오시는 분도 적을뿐더러 한국사람들이 잘 찾는 도시가 아니라서 이름부터 낯선 향기가 난다. 나보다 연배가 많으신 어른들은 '대련'이라고 하면 몇 분 알아들으시곤 하는데, 중국 단어의 한국어 표기법을 적용한 도시 이름은 발음도 어색하다.


다롄은 한국보다 위도가 높고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라서 여름엔 덥지 않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곳이라 참 매력적이 있다. 다만 겨울엔 동북의 차가운 칼바람이 불어닥치는 곳이라서 마치 밀당하는 기분이다. 그래서인지 긴긴 겨울을 지날 때면 어서 빨리 여름이 오길 손꼽아 기다린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려서 올해 3번째 다롄의 여름을 맞이하게 되었다.


특히 요즘 날씨가 참 맘에 든다.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기 전, 봄과 여름 사이에서 느껴지는 몽환적인 밤공기를 맞볼 수 있는 순간이 바로 지금이다. 1년 중 한 달도 채 안 되는 시간을 놓치면 내년을 기다려야 한다. 회사일로 야근을 하게 된다면 해지는 저녁감성을 느낄 새 없이 어두운 밤이 찾아오기에, 어떻게 해서든 나의 소울플레이스에서의 시티팝 감성을 느끼기 위해 오늘도 손이 바빠진다.


바다가 보이는 이곳. 오피스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도시감성. 해가 저물어가며 생기는 붉은빛에 둘러싸인 대련항 부두의 그림자. 밤공기를 가르며 서서히 내려가는 비행기가 해 질 녘 노을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갈 때, 나도 모르게 넋 놓고 바라보게 된다. 시티팝의 정의가 뭔지는 모르지만 에어팟에 흘러나오는 외국음악 선율이 이곳 생활의 아름다움을 더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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