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가 사람을 만드나?

by 글쓰는 직장인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 영화 킹스맨에서 콜린퍼스가 멋진 액션을 보여주기 직전에 술집의 양아치들에게 읊은 대사다. 많은 이들이 인상 깊었는지 여기저기 인용되는 말이다. 이 말은 14세기 윈체스터 칼리지와 뉴칼리지 옥스퍼드를 설립한 영국의 윌리엄 와이컴의 즐겨한 말이고 그 대학들의 모토라고 한다. 영국에서 이 말을 즐겨한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귀족들이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표현은 이미 16세기와 17세기 영국 귀족사회의 모토로 자리 잡았다. 매너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쳤다. 옷 입는 방법, 식사하는 방법, 말하는 방법에 관한 세세한 규정은 상대가 누구이고 어디에 속해 있는지, 어떤 등급인지를 말해주었다"(귀족시대 87쪽, 임승휘 지음, 도서출판 타인의사유)


당초 매너(manner)는 라틴어 손에 관한 것(manuarius)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무언가 행해지는 방식, 일정한 수단이나 양식을 뜻하는 말로 변형되었다. 그러니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에서 매너는 귀족적 생활방식이나 행동규칙이다. 귀족들은 여러 가지의 자신들만의 규칙을 만들어 남들과 차별화해 나갔다. 자세한 예를 같은 책에서 보면 아래와 같다.


"드라마 <다운튼 애비>에서는 영국 상류층의 의상과 저택만이 아니라 에드워드 시대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규정한 엄격한 에티켓도 보여준다. 안주인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앉지 말 것, 의자 뒤에 서서 의자 오른쪽으로 이동해 왼쪽부터 않을 것, 여주인이 냅킨을 무릎 위에 올려놓으면 똑같이 하라는 신호임을 인지할 것...."(같은 책 87-88쪽)


정말 별의별 규칙을 만들어 그것을 배우지 않은 자와 배운 자를 구분하고 차별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특정한 귀족만의 생활방식이 보편적 예절, 에티켓으로 둔갑해 그들의 방식을 모르는 사람은 졸지에 무례한 사람이 되었다. 이게 매너가 예절이 된 사연이다.


그렇다면 당초 윌리엄 와이컴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는 평민에서 출발해 잉글랜드의 수상까지 된 인물이고 그의 대학은 평민을 교육시켜 성직자나 관료로 만드는 학교였다고 한다. 평민도 교육을 통해 상류사회에 진입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 급진적인 능력주의자라고 평가된다. 그런데 그 말을 귀족들은 "너희는 안돼"라는 의미로 썼다니 역설적이다.


한편, 킹스맨의 콜린퍼스는 영국의 귀족이나 젠트리가 아닌 중산층 출신이라는데 대사에 얽힌 이런 배경을 알았을지 궁금하다. 알았다면 당연히 매너만 배우면 평민도 귀족의 일을 할 수 있다는 와이컴에게 동감했을 것이기에 연기에 더 몰두했을 것이다.


57e914b5d1234bdf42c6f3048d00e428.jpg 킹스맨 콜린퍼스의 "manners maketh man" 직전, 멋지다


신분제가 없어진 대한민국에서 예절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로 변형해도 다들 공감할 것 같다. 그러나,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경제력까지 결정한다는 기사를 보면 교육으로 누구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와이컴의 숭고한 뜻이 빈부격차라는 신귀족주의에 빛이 바래는 것 같아 아쉽다. 다시 한번 윌리엄 와이컴 같은 선구자가 필요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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